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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종전 MOU 두 달, 이란은 뒤에서 더 큰 전쟁 준비했다”

중앙일보

2026.08.17 00:49 2026.08.1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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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이란이 지난 6월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맺고도 물밑에서는 전쟁 확대를 대비해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이란 및 중동 지역 관리를 인용해 “이란의 강경파 지도자들은 MOU 체결 이후 그것을 신뢰하는 대신 지난 두 달을 더 큰 싸움에 대비하는 데 썼다”고 전했다. MOU를 계기로 미·이란 사이 소강기가 마련되자, 이란이 약 20만 명 규모 무장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앞세워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공세 준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이 MOU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세계 경제에 가하는 압박을 덜고, 향후 더 큰 공격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시도’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WSJ은 짚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단을 이끄는 인물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로이터·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협상단을 이끄는 인물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로이터·AP=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란은 IRGC의 정규군 통제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지난 10일 강경파 베테랑 7명을 IRGC 핵심 보직에 임명했다. 먼저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IRGC 총사령관을 지낸 모센 레자이를 이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서기 겸 최고지도자 대리인으로 앉혔다.

또 IRGC 출신으로 정보·군사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강경파인 아흐마드 바히디를 IRGC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사이드 골카르 미 테네시대학교 채터누가 정치학 부교수는 “바히디의 승진은 강경파 지도부가 지속적인 대결의 시기에 대비해 안보기구를 준비시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IRGC는 구체적인 확전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WSJ에 따르면 IRGC는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선제공격에 나서는 방안, 페르시아만 인터넷 해저 케이블을 파괴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아울러 쿠웨이트·바레인 내 정치적 불안을 조성하거나 쿠웨이트에서 지상작전을 벌이는 방안도 선택지에 포함했다. WSJ은 “쿠웨이트는 이 같은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미사일·드론 생산을 늘리고 예멘·이라크·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과의 공조를 강화하기도 했다. 아랍권 정보당국의 통신 감청에 따르면 이란은 이들 지역에 고문단을 보내 향후 확전 계획을 논의했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만과 에너지 시설 등에 대한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후티는 17일 홍해 모카항 인근에서 사우디군 상륙함 1척과 호위함 4척 등 군함 5척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은 예멘 남부 이브주와 타이즈주에서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우디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걸프 국가들에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걸프국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겠다”며 구체적인 표적 목록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에 자국 영토나 군사시설을 제공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인 셈이다.

이란 측 수석 협상가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의 전략 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는 미국과 이란의 교착 상태에 대해 “폭풍 전의 고요”라고 표현하며 “이란은 거대한 대결에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 같은 이란의 대비 태세는 전쟁에 대한 미국과의 시각차를 극명히 보여준다”며 “양측이 전쟁을 끝낼 지속 가능한 합의에 빠른 시일 내에 도달하기 어렵게 하는 극심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기도 했다. 16일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질적으로 이란과 미국 사이의 가장 큰 문제는 중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미국 행정부의 인식과 오판, 그리고 수없는 실패로 입증된 방식과 접근법을 고집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MOU의 60일 협상 시한에 대해서도 미국의 위반으로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MOU가 체결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미국이 이를 중대하고 광범위하게 위반하면서 협상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60일 시한 문제는 완전히 무의미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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