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를 다투고 있는 두산 투수 곽빈(왼쪽)과 최민석. 곽빈은 시속 150㎞ 후반의 빠른 공, 최민석은 움직임이 좋은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오랜 기간 외국인 투수들의 각축장이었다. 최근 10년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국내 투수는 2019년의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2022년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등 두 명이 전부다. 특히 지난 3년은 쏠림 현상이 더 심했다. 톱5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투수는 2023년의 안우진(2위)이 유일했고, 최근 2년은 다섯 자리 모두 외국인 투수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갈수록 공고해지던 외국인 투수의 벽에 두산 베어스의 토종 원투펀치가 의미 있는 균열을 냈다. 17일까지 곽빈이 2.46으로 1위, 최민석은 2.68로 2위에 올라 선의의 집안싸움을 하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딱 둘뿐. 국내 선수끼리 평균자책점 타이틀 경쟁을 하는 광경도 보기 드문데, 그 두 투수가 같은 팀 소속인 건 더 이례적이다.
곽빈과 최민석도 이런 상황에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곽빈은 “그만큼 우리 팀 투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인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최민석도 “국내 투수들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기 부여가 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곽빈(왼쪽), 최민석. [뉴스1]
9년 차 곽빈은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삼진도 벌써 153개를 잡아내 2위 엘빈 로드리게스(롯데 자이언츠·136개)와 격차가 큰 1위를 달리고 있다. 6월(1.93)과 7월(1.80)에 이어 8월(1.42)까지 월간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면서 놀라운 안정감을 뽐낸다. 곽빈은 이미 2024년 15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투수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코치진은 “올해 곽빈이 일을 낼 것 같다. 구위가 심상치 않다”고 점쳤는데, 그 예견이 현실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2년 차 최민석은 ‘올해의 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5선발 경쟁을 해야 했는데,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에이스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지난 13일엔 팀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으면서 구단 역사상 최연소 10승 투수로 기록됐다. 곽빈은 “민석이를 보면 그냥 ‘말이 안 된다’는 생각만 든다”며 “2년 차에 이렇게 빨리 (프로에) 적응해서 자기 공을 던지는 투수가 얼마나 있을까.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감탄했다.
최민석의 눈부신 성장은 시즌 초 부침을 겪던 곽빈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곽빈은 “후배가 이렇게 열심히 던지고 좋은 성적을 내는데, ‘나도 더 잘해야겠다. 저 친구에게만 짐을 지울 수 없다’는 다짐을 했다”고 털어놨다. 반대로 최민석은 든든한 선배 곽빈을 롤 모델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민석은 “빈이 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고, 늘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신다. 운동법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까지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곽빈과 최민석은 다음달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한다.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뒤 두산의 가을야구에서 원투펀치로 맹활약하는 게 둘의 공통 목표다. 두산은 현재 6위 한화 이글스에 6경기 차 앞선, 넉넉한 5위다. 3위 LG 트윈스와 1.5경기 차라 언제든 더 높은 순위도 노릴 수 있다.
곽빈은 “대표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승부하다 보면, 보고 배우는 것도 많고 자신감도 생긴다. 선수로서 한 단계 ‘스텝업’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처음 태극마크를 단) 민석이가 자기 자신을 믿고 하던대로만 잘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최민석은 “나는 형이 잘 던져주길 바라면서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해야 해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그저 빈이 형 가는 길을 잘 따라가겠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