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서 약속한 60일의 협상 시한이 끝나며 전쟁 장기화가 예고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사진) 평화 특사가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잇따라 만났다. 중동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6일 쿠슈너가 이집트 엘알라메인에서 칼릴 알하이야 하마스 지도자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휴전 합의 이후 쿠슈너가 하마스 지도부와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쿠슈너는 이 자리에서 하마스에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제시한 가자 평화 로드맵의 핵심이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였기 때문이다. 이후 국제안정화군을 배치한 뒤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정부가 가자를 통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알하이야는 네타냐후가 로드맵 이행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무기 반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쿠슈너는 “말이 아니라 실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하마스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쿠슈너는 이어 이스라엘로 이동해 17일 네타냐후를 만났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쿠슈너는 이날 4시간가량 이어진 회담에서 “가자지구 휴전안에 장애물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평화안을 진전시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쿠슈너에게 “하마스가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맏사위까지 보내 가자지구의 평화 정착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 장기화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이란이 지난 6월 미국과 MOU를 맺고도 물밑에서 확전을 대비했다는 보도(월스트리트저널)가 나오기도 했다. 1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항복의 백기를 들어야 한다”며 “오만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방해가 된다면 아주 강하게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는 조언자 중 한 명(가디언)”으로 1기 행정부 때부터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공식 외교관은 아니지만, 2기 행정부 들어선 이란과 우크라이나에 이어 가자 협상에도 잇따라 투입됐다. 그러나 쿠슈너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오는 10월 27일 이스라엘 총선 승리를 노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양보’하려 하지 않아서다.
게다가 16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 누세이라트를 공습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을 겨냥했다면서다. 또 네타냐후 연정의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팟캐스트에서 “매일 밤 가자에서 30~40명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이슬람 8개국 외교장관은 16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평화안 로드맵 거부가 트럼프의 종전 노력을 “직접적으로 좌초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