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발명자가 미국 특허를 취득하면서 흔히 가지는 질문이 있다. “이 특허 하나의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특허에는 부동산처럼 정해진 시세가 없다. 어떤 특허는 사실상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반면, 핵심 제품이나 시장을 보호하는 특허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처럼 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한다. 상당수 특허는 실제 사업에서 활용되지 않아 경제적 가치가 낮은 반면, 소수의 핵심 특허는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단순히 “특허를 몇 건 보유하고 있는가”만으로 기업의 특허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특허의 수가 아니라, 그 특허가 실제 시장과 핵심 제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가이다.
특허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지만, 미국에는 실제로 상당한 규모의 특허 거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미국의 2025 Richardson Oliver Patent Market Report 자료에 따르면, 2024년 secondary patent market의 거래 규모는 약 1억5,800만 달러였으며, 시장에 나온 미국 등록특허의 asking price는 특허당 약 28만6천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모든 미국특허의 평균가치나 실제 최종 거래 가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시장에 나오는 특허는 일반적인 특허보다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고, 실제 거래가격 역시 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자료는 사업적으로 유용한 특허가 수천 달러 이상의 출원 및 등록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경제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허의 가치는 반드시 특허를 판매하거나 라이센스(License)하여 얻는 수입으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특허기술을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모방을 어렵게 하고 시장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제적 가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천 달러를 들여 확보한 하나의 특허가 경쟁사가 연간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시장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으로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면, 그 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확보하는데 소요된 비용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또한 특허는 투자유치, 기술이전, 라이센싱(Licensing), 공동개발, 나아가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중요한 사업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모든 발명을 반드시 특허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성이 낮거나 경쟁자가 쉽게 다른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특허의 실질적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사가 핵심 제품을 쉽게 분석하거나 모방할 수 있고, 해당 제품이 앞으로 상당한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특허출원 비용은 단순한 법률비용이 아니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투자비용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허의 숫자가 아니다. 사업의 핵심 기술과 제품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몇 개의 강한 특허가 기업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학박사•특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