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한인분들께 한국 상속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하소연이 있다. “한국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예금을 찾으려는데,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한국의 은행에서 인출을 거부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부모님이 남겨 주신 정당한 상속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어 주지 않는 완고한 한국 은행 문턱 앞에서 많은 미주 한인이 당혹감과 답답함을 느낀다.
상속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라면, 상속인이 본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미국에서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 제출하더라도 한국의 시중 은행들은 예금 지급을 보수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은행의 횡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국적이 다른 상속인이 얽혀 있으면 국제사법상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하여 상속 절차를 진행해야 할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추후 다른 상속인이 나타나 예금 지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은행이 고스란히 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위험이 존재한다. 은행은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고자 아예 지급 자체를 거부하는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견고한 은행의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해결책은 한국 법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은행을 상대로 상속예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속의 준거법을 명확히 소명하고, 본인이 정당한 상속인임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 법원으로부터 화해권고결정 등 “은행은 해당 상속인에게 예금을 지급하라”는 공식적인 결정을 받아 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원의 명확한 명령이 내려지면 한국의 은행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책임 부담을 덜게 되므로, 그제야 안심하고 상속인에게 예금을 내어 주게 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국 법원을 통해 은행 예금을 찾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많은 분이 은행에서 묶인 예금을 찾는 데만 집중하여 안도하지만, 실제 한국에 있는 자산을 해외인 미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는 ‘외환 반출 절차’라는 또 다른 큰 산이 남아 있다. 거액의 상속 자산을 아무런 신고나 적법한 승인 없이 미국 내 본인 계좌로 그냥 송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 법원의 결정을 통해 예금을 찾은 후, 이 돈을 미국 내 계좌로 안전하게 가져오려면 반드시 세금 신고와 금융감독원 또는 지정 환전은행의 외환 반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한국에서 발생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등 세금 신고 및 정산이 완벽하게 완료되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국가의 세금 징수 절차가 투명하게 마무리되었다는 확인을 받고, 관련 서류를 갖춰 외환 반출 승인을 얻어 내야만 비로소 미국 내 본인 계좌로 안전하게 큰 금액을 송금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 국적자의 상속 절차는 단순히 은행에서 예금을 찾는 단편적인 일이 아니다. 소송을 통한 법원 결정 확보부터 한국 내 까다로운 세금 신고, 그리고 엄격한 외환 송금 승인까지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절차가 막히면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은행 예금 인출을 위한 법원 결정 확보는 물론, 세금 신고와 미국 송금 마무리까지 한 번에 안전하고 매끄럽게 조율할 수 있는 한국 상속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