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라이스대가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정 학생에게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한 대학의 정책 변화를 넘어 고등교육 전반의 흐름을 짚어보게 하는 사건이다.
라이스대는 지난 4일 ‘라이스 인베스트먼트’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개편해 2027년 가을학기 신입생부터 새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정은 등록금 전액을, 10만 달러 이하 가정은 등록금에 더해 기숙사비와 식비까지 전액 지원받는다. 여기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재정적 필요의 100%를 학자금 대출 없이 충족한다는 기존 방침도 유지된다. 종전 기준인 7만5000달러 이하 전액 지원, 14만 달러 이하 등록금 면제와 비교하면 지원 대상이 눈에 띄게 넓어진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의 초점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다.
연소득 20만 달러는 미국 기준으로 결코 낮은 소득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립대 등록금이 연간 6만~7만 달러 수준인 현실에서 이 정도 소득 가정조차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라이스대의 이번 결정은 “재정 지원이 필요한 계층은 저소득층만이 아니다”라는 미국 대학가의 최근 인식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레지널드 데스로시스 총장이 “재능은 모든 지역과 모든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존재한다”고 말한 대목은 상투적 수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정책과 맞물리면 무게가 다르다.
우수한 학생이 학비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이자 동시에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실용적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파격적 지원 확대는 동문과 후원자들의 대규모 기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스티븐 베이어 부총장이 언급했듯 이는 대학과 동문 사회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한인 가정의 입장에서 이 소식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많은 한인 가정에게 명문 사립대 학비는 오랫동안 넘기 힘든 벽이었다.
소득 기준이 다소 애매한 ‘중산층’ 구간에 속한 가정일수록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번 라이스대의 정책 확대는 실질적인 선택지를 넓혀 주는 소식이 될 수 있다.
물론 라이스대 한 곳의 변화가 대학 전체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스탠퍼드, MIT 등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유사한 방향으로 지원 기준을 확대해 온 최근 흐름을 보면 이는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추세로 읽힌다.
치솟는 등록금이 계층 간 교육 격차를 고착시킨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명문대들이 스스로 문턱을 낮추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신호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이 흐름에 동참할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얼마나 넓혀 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