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프라이드 신제품 CP그립. ″우수한 접지력과 부드러운 타구감을 제공하며, 더욱 커진 하단부 직경을 적용해 그립 압력을 줄이고 보다 편안한 스윙을 돕는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사진 골프프라이드
클럽과 골퍼의 몸이 직접 닿는 유일한 부위는 그립이다. 투어 프로들이 길이 약 35㎝의 고무 원통에 유독 민감한 이유다. 전 세계 투어 선수 다수가 사용하는 그립 브랜드 골프프라이드의 투어 피터(전담 그립 전문가)들을 통해 프로들의 숨은 그립 선택법을 살펴봤다.
0.1g 단위 오차도 허용 않는 선수도 그립에 대한 프로들의 개성은 뚜렷하다. 타이거 우즈는 손가락 감각을 극대화하고자 퍼터에 얇은 스탠다드 피스톨 그립만 고집한다. 반면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는 야구방망이 수준으로 굵은 ‘점보 그립’을 택했다. 손바닥 전체로 쥐어 손목 회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무게에 민감한 선수들도 많다. 골프프라이드 투어 피터들에 따르면, 한 PGA 투어 선수는 그립 무게가 53.2~53.5g 사이일 때만 필드에 나선다. 단 0.3g의 오차도 스윙 웨이트(헤드 느낌)를 흐트러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LPGA 투어의 한 정상급 선수는 9번 아이언엔 50.1g, 5번 아이언엔 51.4g짜리를 장착하는 등 클럽별로 무게가 다른 맞춤형 그립을 쓴다.
요즘 선수들이 즐겨 찾는 그립 최근 선수들은 MCC(Multi-Compound) 그립을 주로 쓴다. 상단(왼손)에 수분에 강한 실(코드)을, 하단(오른손)에는 부드러운 고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그립으로, 일관된 제어력을 원하는 선수들이 찾는다. 여기에 플러스4(Plus4) 기능을 더하는 선수도 있다. 오른손이 닿는 하단부를 테이프 4장을 더 감은 것처럼 두껍게 설계해 오른손 악력을 덜어줘 부드러운 릴리스를 돕는다.
손이 큰 주말 골퍼는 대개 두꺼운 미드사이즈 그립을 쓰지만, 프로들은 오히려 스탠다드 그립 안에 양면테이프를 3~4겹 감은 뒤(빌드업) 그립을 억지로 팽팽하게 늘려 끼운다. 고무 입자가 늘어나면서 그립이 극도로 단단해져 임팩트 피드백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진동을 흡수하기보다 손에 전해지는 선명하고 단단한 타구감을 원하는 프로들의 선택이다.
MCC 플러스4 그립. 중앙포토
그립은 스피드, 구질과 상관관계 커 그립 마모는 거리 손실의 원인 중 하나다. 그립이 미끄러우면 무의식적으로 손과 팔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 스윙 리듬이 깨지고 헤드 스피드가 줄어든다. 프로 선수들이 10~20라운드 내외, 혹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그립을 교체하는 이유다.
그립 두께는 구질과도 관계가 있다. 두꺼워질수록 손과 손목의 회전이 둔해져 임팩트 순간 헤드가 열려 맞으면서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 반대로 너무 얇으면 손목이 과도하게 빠르게 돌아 헤드가 닫히면서 훅이나 드로가 나온다. 프로들이 테이프 한 겹 단위로 두께를 조절하는 배경이다.
계약금 없이도 선수들이 선택하는 브랜드 골프용품 시장에서 골프프라이드는 독특하다. 대다수 글로벌 브랜드가 거액을 들여 프로 선수들과 스폰서십을 맺는 것과 달리, 골프프라이드는 선수에게 그립 사용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 ‘노 페이드 엔도스먼트(No-Paid Endorsement)’ 정책을 유지한다. 본 기사에서 특정 선수들의 세팅 사례를 익명으로 다룬 이유다.
그런데도 세계 톱클래스 투어 프로의 80% 이상이 이 그립을 선택해 사용한다. 타이틀리스트·캘러웨이·테일러메이드·등 주요 클럽 제조사의 신제품에도 기본 장착(OEM)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계약금 없이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구조는 이 브랜드의 신뢰도를 보여준다.
LPGA·KLPGA 투어 출신인 국가대표 여자팀 민나온 코치는 “피터들의 분석이 대략 맞지만 선수마다 개성은 다양하다.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익숙한 감각을 선호하는 선수도 있다”며 “아마추어 골퍼 역시 그립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장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고, 자주 바꾸기 어렵다면 깨끗이 닦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