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예술을 결합한 아티스트로 꼽히는 로살리아 비야 토벨라. 음악과 뮤직비디오, 패션, 퍼포먼스 전체가 신학적 세계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종교를 전복적 상징으로만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종교 자체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변화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됐으며 문화 전반에서 영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저스틴 비버와 로살리아 비야 토벨라 같은 유명 가수와 2025년 개봉작인 '이교도', 셰이커교 창시자를 다룬 '앤 리의 증언', '영원' 등을 사례로 10년 전만 해도 엘리트 예술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영적 주제를 다룬다며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평론가 앨리사 윌킨슨은 "미국인들이 종교적 표현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2018년 영화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를 대중문화가 현대 영성으로 회귀하는 기점으로 꼽았다. 고뇌하는 목회자를 그린 '퍼스트 리폼드'에서 주인공 톨러 목사는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희망도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길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현대 영화로는 드물게 존재나 죄, 구원 같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어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적인 질문의 범위를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히든 라이프(A Hidden Life)'는 영적 투쟁을 다뤘다. 신존 인물 프란츠 예거슈테터는 사제에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주셨다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정도의 진지한 신학적 질문도 이제 이상할 것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현상의 주요 촉매로 팬데믹을 꼽으면서 팬데믹을 "실존적 질문에 집단적으로 직면한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 많은 사람이 신에게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많은 유명 아티스트가 결혼과 가족, 삶의 의미를 다시 성찰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종교와 헌신을 사유하는 솔직한 언어가 다시 등장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2020년 '홀리(Holy)'에서 은유가 아닌 구체적인 신앙 고백을 한다. "당신이 날 안아주는 그 느낌은 성스러워", "제단을 향해 육상 선수처럼 달려가는 기분이야" 같은 가사는 팝음악에 영성의 언어를 다시 불러왔다.
로살리아 비야 토벨라는 현대 엔터테인먼트에서 영성과 예술의 결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꼽힌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으로 가톨릭 문화권에서 자랐으며 음악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패션, 퍼포먼스 전체를 하나의 신학적, 상징적 세계관으로 구축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신(Saoko)'와 '과대망상(Delirio de Grandeza)' 같은 곡은 종교적 언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변화와 성숙, 초월이라는 현대적 영성을 표현한다.
이런 흐름은 최근 몇 년 동안 주류 제작사들이 보수 성향 관객층을 끌어들이려 노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교 이미지를 도발이나 반전의 장치가 아니라 훨씬 직접적이고 꾸밈 없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관점에서 볼 때 진지함의 회복은 중요한 변화다. 미디어는 오랫동안 종교를 상징으로 활용하며 실제 신앙과는 거리를 둔 표현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아티스트들이 종교를 상징을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교회의 가르침과 반드시 일치하는 않을 수도 있지만 종교적 질문을 공적으로 언급하는 분위기 자체는 문화적 변곡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종교가 문화 엘리트 사이에서 트렌드가 된 것까지는 아니다. 여전히 교회 이야기를 꺼내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색해지는 경향이 줄어들면서 종교적 언어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특히 사후 세계를 다루는 영화들에서 두드러진다. 영화 '영원'은 사후 세계를 거대한 환승 허브처럼 묘사하며 영혼이 스스로 다음 행선지를 선택한다는 설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프레인 감독은 "아일랜드의 가톨릭 환경에서 자라 어린 시절 '영원한 형벌'을 두려워했다"면서 영화에서 스스로 선택해 영원한 운명을 결정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를 만들며 영적으로 변했다고 고백했다. 여전히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죽음을 훨씬 더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프레인 감독의 사후 세계관은 구원과 심판의 기독교적 관점과 크게 다르다. 그는 "영혼이란 결국 좋든 나쁘든 자신의 연속일 뿐"이라며 완벽한 사후 세계는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완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톨릭의 시각에서 이런 흐름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있다. 현대적 감수성에 맞춘 재해석은 계시의 진리와 개인적 선호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영원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위안을 준다는 프레인의 말은 교회가 오래전부터 경계해온 '스스로 만든 하나님'의 위험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복음의 핵심 질문인 고통과 구원, 자유, 심판, 영원을 되새기고 사후 세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제작사와 대중문화, 아티스트가 종교적 언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물질적 해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초월에 대한 대중적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해 보이는 성찰이라도 새로운 복음화와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