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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K자, C자 논쟁이 놓친 것들

Los Angeles

2026.08.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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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성 경제부 국장

최인성 경제부 국장

미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논쟁이 뜨겁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를 상징했던 ‘K자 경제’가 끝나고 ‘C자’가 됐다는 주장과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주 “K자 경제는 끝났다”며 “이제는 C자 경제”라고 선언했다. 저소득층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고소득층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를 보면 저소득층 임금 상승률은 전체 평균을 웃돌고, 식료품과 임대료 상승세도 예전보다 둔화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저소득층 소비 증가율이 고소득층에 근접하고 있다며 ‘대전환’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저소득층의 임금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과 소비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으로 주식시장과 기술기업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부유한 자산가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 반면 자산이 거의 없는 서민층은 월급이 조금 늘어도 높은 렌트비나 모기지 페이먼트와 오른 식료품비, 보험료, 교육비를 감당하는 데 대부분을 써야 한다. ‘격차가 줄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사실 두 주장은 시각 차이를 내포한다. 정부가 말하는 C자 경제는 ‘개선되는 방향’을 이야기한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높아지고 생활필수품 가격이 안정되면서 최악의 국면은 지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K자 경제를 주장하는 쪽은 ‘절대 수준’을 본다. 아무리 임금이 올라도 자산과 소비 여력에서의 차이는 여전히 크며, 경제 성장의 과실도 균등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논쟁이 서민들에게는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월급날이 되면 렌트비와 모기지, 자동차 할부금, 보험료, 전기료, 식료품값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여전히 많지 않다. 개솔린 가격이 조금 내렸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저소득층은 여전히 신용카드 빚이 늘거나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고, 중산층도 자녀 교육비와 의료비 부담에 허덕인다.
 
실제로 LA 한인타운에서는 10달러 자동 세차, 5달러 커피, 7달러 떡 한 봉지처럼 단가가 낮은 소매 경기마저 얼어붙어 소규모 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마냥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이들은 국내 소비를 떠받치는 핵심 계층이지만, 자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증시가 흔들리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AI와 기술주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소비가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시장이 조정을 받는 순간 경기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자산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K와 C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기보다 같은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결과에 가깝다. K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C는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흐름을 강조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경제는 통계만큼이나 체감도 중요하다. 임금이 5% 올랐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느냐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장을 볼 때 가격표를 먼저 확인하고, 외식 횟수를 줄이며, 휴가 계획을 미루고 있다. 정부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해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경제는 분명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회복의 속도와 혜택이 모든 계층에 동일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K자 경제가 끝났는지, C자 경제가 시작됐는지를 둘러싼 논쟁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5~10달러 정도의 가격표 앞에서는 소비자가 주저하지 않는 경기가 되어야 한다. 

최인성 경제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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