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역사는 처음부터 사람을 닮은 기계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 출발점은 공장에 설치된 하나의 팔이었다. 1961년 제너럴모터스(GM)는 뉴저지의 한 공장에 ‘유니메이트(Unimate)’를 설치했다. 이 기계는 주물 공정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금속 부품을 반복적으로 다루는 작업을 했다.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한 일이었다.
유니메이트에게는 언어 이해 기능도, 경험을 통한 학습 능력도 없었다. 단순히 입력된 명령에 따라 같은 동작을 반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유니메이트에게는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위험한 일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산업용 로봇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자동차, 전자제품, 금속가공 공장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ABB 같은 기업들은 더 빠르고 정밀한 로봇 팔 개발 경쟁을 벌였다. 로봇 팔은 자동차의 차체를 용접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올리고, 작은 전자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는 일을 했다.
로봇 팔 사용이 늘면서 품질 개선과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특정 작업 수행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로봇 팔은 대부분 안전 펜스 뒤에 설치되어 통제된 환경에서만 작동했다. 부품 위치가 바뀌거나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면 작업은 중단되기 일쑤였다.
다음 단계는 ‘인식’이었다. 로봇에 카메라와 레이저, 작동 센서, 3차원 비전 기술이 결합하면서 로봇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로봇은 더 이상 눈먼 기계가 아니었다. 로봇은 결함을 찾아내고, 치수를 측정하고, 바코드를 읽고, 필요한 힘의 강도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술용 로봇은 극도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동작까지 해냈다. 여전히 최종적인 판단과 통제권은 의사에게 있지만 말이다.
‘협동로봇’, 즉 코봇(cobot)의 등장으로 로봇은 인간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코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작고 느렸지만 강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일부 작업에서는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원하는 동작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이는 중소 제조업체의 자동화 비용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자동화의 목적이 항상 인력을 줄이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우 로봇은 반복적인 작업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을 맡고, 근로자는 판단력과 유연성이 필요한 일을 담당했다.
로봇의 이동 능력은 또 다른 혁신의 문을 열었다. 아마존의 키바 시스템즈 인수는 창고 로봇의 확산을 촉진했다.
로봇은 더는 바닥에 고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 경로를 계획하며 충돌을 피하고 수백 대의 다른 로봇과 협력이 가능해졌다. 거대한 창고는 소프트웨어가 관리하는 하나의 ‘로봇 도시’가 된 것이다.
현재의 로봇공학은 자동화에서 자율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화는 정해진 절차를 반복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 반면, 자율성은 상황을 인식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선택하며, 현실이 당초 계획과 달라졌을 때 스스로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성능이 향상된 센서, 저렴해진 컴퓨팅 기술, 인공지능(AI)의 학습 능력, 파운데이션 모델, 그리고 현실 세계를 정교하게 모사하는 시뮬레이션 기술 등의 등장으로 가속하고 있다.
로봇의 발전 과정은 반복에서 인식으로, 인식에서 학습으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학습하는 로봇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는 화려한 시연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로봇은 단순히 수개월 동안 연습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일 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로봇이 되려면 훨씬 더 어려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유용한 일을, 얼마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그리고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