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의 한 한인 여성이 한국에서 전통 한지 제작법을 익힌 뒤 직접 한지를 만들어 퍼뜨리며 사라져 가는 전통 기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한지 작가이자 연구가인 에이미 이(48)씨다. 뉴욕타임스는 이씨가 오하이오주 린드허스트에서 닥나무를 직접 손질해 종이를 뜨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한지 제작뿐 아니라 관련 기술을 기록하고 가르치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뉴욕주에서 나고 자란 이씨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원에서 북아트를 공부하던 중 종이 제작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시카고 예술종합대학 컬럼비아 칼리지 시카고(CCC)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씨는 중국과 일본의 제지 역사는 영어 문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한국 한지에 관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종이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며 “직접 한국에 가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계기로 이씨는 지난 2008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전통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한국의 한지 장인들은 미국에서 온 젊은 여성인 이씨가 고된 작업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자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고 전국 각지의 한지 공방을 찾아다니며 장인들을 설득한 끝에 전통 제작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이씨의 한지 제작은 늦가을 닥나무를 수확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닥나무 껍질을 찐 뒤 겉껍질을 벗겨 흰 속껍질만 남기고, 이를 삶고 두드려 섬유를 풀어낸다. 이어 물과 닥풀에서 얻은 점액질에 섬유를 섞은 뒤 대나무 발을 이용해 외발뜨기 등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뜬다. 완성된 한지는 물기를 제거해 말린 뒤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씨는 종이 섬유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한지를 최소 1년간 보관한다.
그는 이렇게 만든 한지를 활용해 전통 한복 형태의 작품과 닥나무 껍질의 자연스러운 무늬를 살린 작품, 한지를 엮어 만든 조형물 등을 제작했다. 이들 작품은 스미스소니언을 비롯한 미 전역과 한국 등 국내외 유명 박물관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현재 이씨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통 한지 제작 기술의 단절이다. 한국 장인들의 자녀 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승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한국의 한지 전통을 미국에서 이어가는 작업을 부모의 이민에 빗대어 “이것 역시 하나의 이주”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꼬리라도 붙잡고 싶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