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악시오스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과 관련 “장기화하는 이란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동맹국에 화풀이하는 과정에서 한국 ‘희생양’이 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악시오스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하드파워(hard power)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트럼프는 동맹을 맹비난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짚었다.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 및 경제력을 앞세워 이란을 굴복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동맹국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악시오스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동맹국을 난타하고 지도자들을 모욕하면서 미국과 맺어진 안보 관계를 활용해 개인적·정치적 원한을 갚고 있다”며 “이란 전쟁이 이러한 충동을 심화시키키면서 전쟁에 가담하지 않은 동맹국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특히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모범적인 동맹국’이라고 치켜세웠던 한국은 트럼프의 (동맹국에 대한) 응징 캠페인에서 가장 깜짝 놀랄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진행 중인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가 전날(아래 사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미국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군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뜬금 없는 불만을 표출하며 축소를 지시한 훈련은 대북 억제력 확보를 위해 양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을지 자유의 방패’(UFS)다. 악시오스는 이 훈련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항해 워싱턴과 서울을 결속시키는 억지 체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당 훈련에 대한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지시에 미 국방부에서도 당혹감을 노출했다. 실제 국방부는 17일 오전만 해도 연합훈련 축소 관련 질의에 “발표할 변경 사항이 없다”고 공지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훈련 축소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부랴부랴 “군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수정 입장을 내는 등 혼선을 빚었다.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진행 중인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위치한 군용 차량들에 보호막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즉흥적 발표가 한국은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댄 프라이드는 AP 통신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결정은 모든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지시는 한국과 일본을 약화시키고 대만을 공포에 떨게 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불안하게 하고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대담하게 한다”며 “어디서도 미국의 국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및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한 찰스 쿱챈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유럽을 향해 자국 국방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접근 방식이 동맹국을 모욕하는 결과로 나오기 때문에 결속을 훼손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던 도중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뜻을 재가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위협하면서 내놓은 주한미군 규모, 방위비 분담금 등과 관련한 발언을 팩트체크한 결과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얘기는 모두 틀렸다”고 보도했다.
CNN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병력 ‘3만9000명’에 대해 “미 국방부는 3월 말 기준 실제 병력이 2만6589명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다가 자신이 집권 1기(2017∼2021년) 때 30억 달러(약 4조2366억원)를 내도록 했고, 부정선거로 치러진 2020년 미 대선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한국의 요청에 따라 분담금 협정을 철회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역시 “모두 가짜”라고 평가했다.
한·미 관계를 관장하는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도 여야 지도부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한·미동맹과 우리의 합동 안보훈련은 지역 안정과 적대세력 억제에 필수”라며 합동훈련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미국 기업과 시민에 대한 대우를 포함해 한국 정부 아래에서 진행 중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나는 이 대통령이 방향을 바로잡고 미국을 중요하고 오랜 동맹으로 대우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미지.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란전쟁에 대한 지원 거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의 ‘미국 기업·시민 대우’가 불합리하다는 일방적 주장을 더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쿠팡의 로비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인사다.
반면, 동아태 소위 야당 간사이자 하원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이미 시험받고 있는 시점에 공산주의 독재자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우리의 억지 태세를 약화하는 것은 민주적 동맹국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나아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미국의 신뢰를 더 훼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베라 의원은 이어 “우리 동맹국들은 미국의 약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며 “군사적 준비 태세와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가 아닌 서울과 긴밀한 협의와 국가 안보 이익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