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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 안 부럽다”…지하에 28만점 비밀 옷창고 있는 사옥

중앙일보

2026.08.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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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랜드글로벌 R&D 사옥. 사옥 주변에 설치된 미러폰드. 방문객들 사이에서 멋진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 났다. 사진 이랜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랜드글로벌 R&D 사옥. 사옥 주변에 설치된 미러폰드. 방문객들 사이에서 멋진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 났다. 사진 이랜드

지난 16일 찾은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 연구개발(R&D) 캠퍼스. 건물 1층을 둘러싼 미러폰드(Mirror Pond, 수면에 주변 풍경과 하늘이 비치도록 만든 수경시설)에는 구름이 그대로 비쳐 하늘과 물의 경계가 뒤섞여 한 편의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주변을 오가던 시민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인근 서울식물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캠퍼스 건물 안을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곳은 건물 지하의 이랜드 패션 부문 연구소.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통유리 너머로 빼곡히 진열된 형형색색의 옷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Max Mara) 패션 연구소에 필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공간으로, 이랜드 패션 연구팀과 디자이너들 이곳에서 샘플을 대여해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상품을 개발한다”며 “현재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구역은 내년 상반기 중 개방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흔히 ‘대학교 점퍼’로 불리는 바시티 재킷부터 원피스 등 품목 별로 진열된 의류는 디자인과 색깔이 비슷한 옷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웠다. 이랜드에 따르면 이곳에 보관된 의류 샘플은 28만점 달하고, 패션 전문서적은 약 1만7000권이다. 모두 회사가 1990년대부터 수집한 것들이다.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 R&D 사옥 내부 패션 연구소. 연구소 내 의류 샘플만 28만점에 달한다. 사진 이랜드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 R&D 사옥 내부 패션 연구소. 연구소 내 의류 샘플만 28만점에 달한다. 사진 이랜드

브랜드 경험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 사옥을 문화·여가 공간처럼 활용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뿐 아니라 기업 공간에서 느낀 경험까지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옥 역시 기업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공간 브랜딩(Spatial Branding)’ 자산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랜드 캠퍼스의 경우 지하 5층부터 지상 10층, 연면적 약 25만㎡(7만56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상층부에는 패션·유통·식품 등 이랜드 주요 사업 부문의 연구·개발 공간이 있어 임직원들이 근무하지만, 건물 외부와 1층 공간은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저층부는 일반 시민에게 개방돼 문화·여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저층부는 일반 시민에게 개방돼 문화·여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도 최근엔 화장품 못지 않게 전시관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사옥 저층부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을 만들어 일반에 개방했고, 1층에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차 브랜드인 ‘오설록’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 공간에는 그때 그때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들어선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사옥을 단순한 업무용이 아닌 기업의 정체성을 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패션·뷰티 브랜드 운영 기업들이 공간 마케팅 수단으로 사옥과 플래그십 스토어(상설 매장)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기업이 브랜드가 주는 감각과 정체성을 반영한 조형물을 설치하면 소비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달 ‘메디큐브 성수’에서는 SNS를 보고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나비가 더 잘 나오게 찍어 달라”, “온통 분홍색로 꾸며져 있어 예쁘다”며 매장 곳곳을 사진에 담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메디큐브 성수'는 에이피알의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를 내세운 플래그십 스토어로, 1층에 거대한 조형물을 두고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유도한다. 노유림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메디큐브 성수'는 에이피알의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를 내세운 플래그십 스토어로, 1층에 거대한 조형물을 두고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유도한다. 노유림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아이웨터 브랜드 '더블러버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1층에 거대한 조형물을 두고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유도한다. 노유림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아이웨터 브랜드 '더블러버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1층에 거대한 조형물을 두고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유도한다. 노유림 기자

해외에선 이미 기업이 사옥과 캠퍼스를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자리잡았다.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조성한 ‘애플 파크(Apple Park)’를 연구개발과 협업의 중심 공간으로 운영하는 한편, 방문객들을 위한 별도의 체험 공간을 마련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 역시 미국 오리건주 본사를 달리기 트랙과 운동시설을 갖춘 스포츠 캠퍼스 형태로 조성해, 기업이 추구하는 스포츠·도전 정신을 공간 전반에 녹여냈다.

김창호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패션, 뷰티 소비재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옥을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반영한 공간으로 활용하며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브랜드 홍보와 함께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이뤄지던 경험형 소비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간을 일종의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무대)로 활용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향후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에도 반영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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