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美 ‘경제 봉쇄’에도 버티는 이란…“정권엔 고통의 임계점 없다”

중앙일보

2026.08.18 18: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40일을 맞아 애도자들이 추모식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40일을 맞아 애도자들이 추모식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를 강화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란 정권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 장기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전직 미국 당국자와 외교관, 중동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압박만으로 이란의 양보나 종전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적 고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지난 20년간 각종 제재를 견디고 우회해온 만큼 단기간에 결정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동 지역 대사를 지낸 제임스 제프리는 현재 상황을 “지옥 같은 소모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 재무부가 제재의 허점을 차단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더라도 이란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제재 회피 경험을 감안하면 이른바 ‘결정적 한 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는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의 대치를 단순한 경제 문제보다 체제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유가 상승과 미 국채 금리 급등 등 미국 경제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란의 버티기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이 제시하는 종전 조건이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상당한 경제적 희생을 감내하며 대치를 지속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컨설팅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설립자인 줄리아 코로나도는 미국 역시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재정 지출 확대 압박을 받고 있으며, 전쟁으로 무역과 공급망의 마찰이 커지고 추가적인 공급 충격 위험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이란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고 민생고가 심화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다만 과거 이란과 협상을 경험한 인사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이것이 정권의 굴복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 프로그램 부국장은 이란이 경제적 압박에 직면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권이 견딜 수 있는 ‘임계점’ 자체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현재 상황을 생존을 건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전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정권의 임계점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제 제재가 이란 국민의 생활을 압박하는 효과는 낼 수 있어도, 이를 통해 지도부의 정책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미 백악관은 여전히 미국이 협상과 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미 당국자는 강력한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로 이란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압박 수단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경제적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수록 이란이 양보하기보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경우 양측의 대치는 장기 소모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향후 국면의 핵심은 미국이 가하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보다 이란 정권이 어느 수준까지 내부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