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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北 핵무기 57개” 말한 트럼프…이 숫자 섬뜩한 이유

중앙일보

2026.08.19 15:25 2026.08.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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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57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근접한 수치다. 60기 내외의 핵탄두를 보유는 선제타격을 받은 뒤에도 일부 전력이 생존해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제2격 능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의미가 주목된다.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한을 주고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와 잘 지낸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nuclear weapons)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둬서는 안 됐었다. 그들은 절대 그렇게 둬선 안 됐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렇게 두지 않았겠지만, 그는 핵무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주장해왔는데,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재선에 성공했다면 북한의 핵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눈길을 끄는 건 그가 57개라는 매우 구체적인 수치를 특정했다는 점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 1월 기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약 60기로 추산했다. 이에 더해 현재 보유한 핵물질로 최소 30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도 세계 핵 전력을 분석한 2026년판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약 60기로 봤다.

트럼프가 언급한 수치가 전문기관들의 최신 추정치와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미 정보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 브리핑에서 나온 수치를 토대로 57개를 언급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은)핵시설 1~2곳을 폐기하길 원했지만, 북한은 5곳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고 물었다”며 회담 내용 일부를 공개했는데, 당시에도 기밀 노출 논란이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더 주목할 대목은 57개라는 핵탄두 수가 갖는 의미다. 핵탄두가 소량일 경우에는 상당수를 정권 생존을 위한 최후 보복용으로 아껴둬야 하지만, 60기 정도 된다면 다층적으로 핵을 쓰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전략핵과 한국·일본 및 괌을 사정권에 둔 단·중거리 미사일용 핵전력, 보복용 예비전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 미사일 다종화와 전술핵탄두 개발 등에 골몰하고 있다. 다만 선제공격으로 일부가 파괴되더라도 살아남은 전력으로 핵 보복을 가하는 제2격 능력은 이동식 발사대(TEL)와 지하시설, 지휘·통제 체계 등까지 완결된 생존성까지 갖춰야 완성된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이처럼 구체적 수치까지 거론하며 고도화한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북한이 상당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숫자를 특정한 적은 없다. 이는 곧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이는 결국 북한 비핵화 목표가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트럼프가 1기 때와 지금 북한의 핵 능력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시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다. SIPRI는 2018~2019년에는 북한이 핵탄두 10~3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 사이 핵무기 생산 능력이 몇 배가 늘어난 셈인데, 트럼프와 김정은 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이런 핵 능력 증강을 인정한 상태에서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과 감축 등을 목표로 하는 군비통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핵화 목표 질문에 “김정은과 친해” 대답만

트럼프는 이날 오후 북미대화 재개 추진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김정은과의 친분만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과 다시 관여하는 목적이 여전히 비핵화인가, 이번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도 오바마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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