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뭘 먹어야 100세까지 건강할 수 있을까? "
106세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나기 전 제일 궁금한 점이었다. 행복한 100세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한 몸이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을까란 생각에서였다.
지금도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는 그의 건강 장수 비결을 낱낱이 알기 위해 냉장고를 털었다.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공간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자택 곳곳에 비밀이 숨겨 있지 않을까. 여러 번 거절하는 그를 어렵게 설득한 끝에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방문했다.
김형석 교수 자택 내부 모습. 정세희 기자
" 몸이야 늙었다면 늙었겠죠. 그런데 ‘인간적으로 늙었는가’ 물으면 달라져요. "
안경 너머 그의 주름 사이로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건강에 가장 나쁜 음식은 무엇인가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질문지를 슬쩍 넘겨보고선 그는 다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나쁜 것만 안 해도 된다” 롤케이크와 낮잠의 비밀
김 교수는 아침과 점심을 간단히 먹는 대신 하루 두 번 (오전 10시·오후 4시) 꼭 간식 타임을 갖는다. 실제 식탁엔 호두·캐슈넛 등 견과류와 시리얼·꿀이 가득 놓여 있었다. 그의 간식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보조 냉장고에 있었다. 롤케이크 두 개.
그는 항상 롤케이크 한 조각을 따뜻한 커피 반 잔과 함께 먹는다고 했다. 원래 커피 한 잔을 다 마셨지만 일부러 줄였다.
최근 위가 약해졌는지 옛날 맛이 안 나서다. 평생 습관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으면 바꾼다고 한다. “몸에 좋은 것 같지 않은데 굳이 할 이유가 있나요. 나쁜 것만 안 해도 건강해요.”
김형석 교수 식탁에 놓인 간식들. 정세희 기자
하루 일과 중 빠짐없이 챙기는 게 또 있다. 바로 낮잠이다. 보통 아침·점심·저녁 식사 후 30분가량 눈을 붙인다. 에너지 보충의 일환이다.
①아침과 낮엔 소식으로 가볍게 ② 기력 보충은 하루 두 번 이상 간식과 낮잠으로. 시행착오 끝에 영리하게 만든 습관이다.
마지막 습관이 있다.
③저녁을 최대한 늦게 7시 반 이후에 먹는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9시 반인 것을 감안하면 늦은 시간이다. 공복 시간을 길게 갖는 게 좋다는 요즘 유행과는 다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고 위 기능이 더 약해졌는데, 공백이 길면 칼로리가 모자라 자꾸 지친다”며 “저녁은 가급적 늦게, 아침은 일찍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 10년간 식사 챙긴 도우미가 꺼낸 애착 반찬
김형석 교수 냉장고 안 반찬들. 정세희 기자
그의 식사를 10여 년간 챙기고 있다는 가사도우미에게 평소 김 교수가 어떻게 식사하는지 물었다.
“별거 없는데….” 민망한 듯 열어 보인 냉장고엔 양파·파·당근 등 가지런히 썬 야채가 제일 먼저 보였다. 그 옆에는 시금치·깻잎무침·훈제오리 등 반찬이 잘 정돈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