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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키우는 캘리포니아 주택난

Los Angeles

2026.08.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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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주택 늘어도 여전히부족
1~2인 가구 증가가 새 변수로
2040년 30% 이상 60세 이상
소가구용 소형주택 공급 시급
 
캘리포니아의 주택난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부족한 주택 공급과 높은 집값, 엄격한 개발 규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가구 규모 축소다. 인구 증가세는 둔화되고 일부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줄고 있지만, 평균 가구원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같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분산 거주 효과(Spreading-out Effect)’라고 부르며 캘리포니아 주택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북가주의 마린카운티다.
 
아름다운 해안과 실리콘밸리 접근성 덕분에 오래전부터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마린카운티는 현재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이 비율은 2040년이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를 포함한 4~5인 가족이 살던 단독주택에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까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는 한두 명만 거주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인구 고령화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집 한 채에 거주하는 인원이 줄어들면 같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주택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주택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결국 기존 단독주택의 넓은 공간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점유되고, 시장에 나오는 기존 주택도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나왔다. 공공정책연구소(PPI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평균 가구원 수는 2019년 2.89명에서 2024년 2.77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5년 사이 가구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는 65만 채가 넘는 신규 주택을 공급했지만 주택시장에는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공실률은 크게 늘지 않았고 집값과 임대료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새로 공급된 주택 상당수가 기존보다 적은 인원이 거주하는 데 사용되면서 공급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새집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한 것이 아니라 기존 주민들이 더 넓은 공간에 분산돼 살게 되면서 주택 부족 현상이 계속됐다는 설명이다.
 
고령화만이 원인은 아니다.
 
젊은 세대 역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평균 가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과거에는 부부와 자녀 2~3명이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인 가족 형태였다면, 이제는 1인 또는 2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 공급 방식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단독주택이나 4~5층 규모의 아파트 건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은퇴한 고령층이나 신혼부부,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중소형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선택지가 부족하다 보니 고령층은 규모가 큰 단독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고, 젊은 세대는 적당한 가격의 주택을 찾지 못해 내 집 마련을 미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다운사이징을 원하는 고령층이 갈 곳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작은 콘도나 타운하우스, 은퇴자에게 적합한 분양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시니어들이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단독주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의 재산세 제도인 발의안(Proposition) 13도 영향을 미친다.
 
1978년 도입된 이 제도는 장기간 보유한 주택의 재산세 인상 폭을 크게 제한한다. 오랫동안 거주한 집일수록 세금 부담이 낮기 때문에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유인이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고령층의 장기 거주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주택시장 회전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영향은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PPI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이 첫 주택을 구입하는 평균 연령은 2009년 36세에서 현재 47세로 크게 높아졌다. 전국적으로는 절반 이상의 주민이 36세 이전에 첫 집을 마련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높은 집값과 부족한 매물, 제한된 공급이 맞물리면서 첫 주택 구입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캘리포니아는 2030년이면 약 10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25%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에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 참조〉
 
카운티별로는 마린카운티가 2040년 60세 이상 인구 비중 40%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샌머테이오와 오렌지, 콘트라코스타, 샌프란시스코, 앨러미다 등도 3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LA카운티 역시 2025년 23%에서 2040년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캘리포니아 전체도 같은 기간 23%에서 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단순히 더 많은 집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대형 단독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중심의 공급에서 벗어나 듀플렉스와 타운하우스, 소형 콘도, 코티지 등 이른바 ‘미싱 미들(Missing Middle)’ 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층이 부담 없이 다운사이징할 수 있는 주택과 젊은 세대가 구입 가능한 입문형 주택을 동시에 늘려야 기존 주택의 순환이 이뤄지고 시장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층과 룸메이트를 연결하거나 기존 주택에 ADU(부속주택)를 설치하는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캘리포니아의 주택난은 단순히 집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가구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인구 구조 변화에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집을 짓느냐보다 누가 살 집을 어떤 형태로 공급하느냐가 캘리포니아 주택정책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은 8월 17일자 ‘Aging Californians aren’t leaving their longtime homes. It‘s worsening the housing crisis’ 입니다.

그레이스 투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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