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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차세대를 위한다는 한미박물관의 모순

Los Angeles

2026.08.19 21:12 2026.08.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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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홍명기 M&L 홍 재단 이사장의 빈자리를 취재하며 한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홍 이사장의 배턴은 누가 이어받고 있는가.’
 
한인사회에서는 오랫동안 2세들이 배턴을 이어받아야 할 때라고 말해왔다. 이는 잘못된 접근법이다.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세대가 아니라 실제 나이도 중요하다.
 
한인단체들의 행사를 취재하다 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참석자 대부분이 50~70대다. 40대가 막내 취급을 받는다. 젊은 층이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 “차세대는 이런 데 관심이 없다”고만 탓한다.
 
강창근 KAF 전 이사장은 “1세대는 이제 재정과 경험으로 뒷받침하고, 운영과 결정은 차세대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한인사회를 이끌어온 1세대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한발 물러나 경험과 인맥, 재정을 내어주고 젊은 세대가 실패하더라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한인사회로 불러들일 것인가다.
 
로버트 안 LA한인회장은 “차세대는 무조건적인 헌신보다 네트워크와 커리어 등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본다”며 “출발점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한국계 미국인’보다 단순히 ‘미국인’으로 자신을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차세대의 참여 없이는 한인사회의 해묵은 숙원사업들을 척척 풀어내기 어렵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다.
 
단순히 이민사 자료를 전시하는 건물이 아니라 차세대가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돼야 하기에 건립은 더 절실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30년 넘게 표류 중이다.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의 수장인 장재민 이사장은 곧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이사진 대다수도 중·장년층이다. 정작 차세대를 위한 박물관을 만든다면서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젊은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차세대 분과위원회조차 없다.
 
글렌데일 지역의 아르메니안 아메리칸 뮤지엄 설립 과정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실체조차 없는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디 카사키안 글렌데일 시장과 버지 카르페티안 박물관 이사장 등은 박물관 건립의 중심축이 젊은 세대가 돼야 한다고 여겼다. 건립 과정에서부터 청년리더십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르메니안 2세들과 대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카르페티안 박물관 이사장은 “그 숫자만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A시로부터 부지까지 받았지만 수십 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한 한미박물관은 어떤가.
 
“차세대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할 때는 지났다. 자리를 내주고 권한을 넘겨 젊은 세대를 한인사회의 주인으로 세워야 한다. 사람 몇 명을 바꾸는 수준이 아닌, 환골탈태에 가까운 교체가 필요하다. 현 이사진은 사업 지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이미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과연 프로젝트를 추진할 의지는 있는가. 능력이 안 되면 배턴을 넘길 준비라도 해야 한다. 차세대를 위한 프로젝트인데 정작 그들이 없다는 건 명백한 모순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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