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 중인 한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이 이란의 위협에 대응해 호르무즈해협 내 유조선 흐름을 직접 통제하는 비밀 원유 수송 작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를 통해 원유 수급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악시오스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최근 수 주 간 매일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해상 수송로를 비밀리에 구축하는 작전을 펴 왔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해협 내 선박들의 이동 현황. AFP=연합뉴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작전의 중심에는 미국 본토의 육군 지휘부가 있다. 미군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육군 태스크포스(TF)를 두고, 호르무즈해협에서 빈 유조선의 입항부터 걸프 국가에서의 원유 적재, 유조선의 출항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미군 지휘부가 선박별 입·출항 명단과 이동 시간대를 지정해 매일 밤 민간 선박들에 통제 지침을 내린다. 이에 따라 아라비아해에서 페르시아만 항구로 진입하는 빈 유조선들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항구에서 원유를 싣고 외곽으로 나가는 유조선들의 이동 시간대가 엄격히 분리된다. 선박들은 정해진 시간대에 맞춰 출항 및 입항 대열을 각각 형성한 뒤 호르무즈해협 남쪽 오만 항로를 통과한다.
미군이 본토에서 호르무즈해협 수송로를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사전에 이란의 레이더와 해상 감시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덕분이다. 기존에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깔거나 소형 고속정으로 바짝 접근해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 때문에 미 군함이 유조선 바로 앞에서 길을 터주는 소해 작업을 하는 등 밀착 경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 중부사령부가 최근 2주간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의 레이더와 해상 감시 시스템을 타격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이란은 겨우 복구한 몇 개의 레이더를 비롯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 고속정에 탄 감시원들에 의존해 선박들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략적인 방향으로 드론과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또한 인근에서 공중 호위 중인 미 공군 전투기들이 요격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악시오스는 “미군은 이런 방식으로 매일 밤 15~20척의 유조선을 입·출항시키고 있다”라며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원유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공급 중이며 이는 전쟁 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통상 미군의 지원을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이란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자동식별장치(AIS) 송신을 꺼 정확한 전체 통항량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 중부사령부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지원한 선박의 수는 5월 이후 1000척이 넘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오찬 일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맞아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을 향해 “그 어느 나라를 상대로도 취해진 적 없는 가장 치명적인 경제 작전을 발표한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이자 고립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을 이란에 대한 ‘경제적 D-데이’로 선언하고 “모든 동맹국이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고립시키고 격퇴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자금줄과 제재 우회 통로를 원천 봉쇄해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자국 내 이란 금융 네트워크를 단속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외화 자금줄과 금융 제재 우회로를 차단하는 것이 해상 봉쇄보다 더 큰 타격을 이란 측에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UAE는 이란과의 모든 무역,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는 대이란 금수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중동 전문가 앤드루 레버는 NYT에 “이 조치가 실제 시행된다면 중대한 단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유럽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남동유럽 불가리아의 미군 기지가 이란군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키프로스의 영국군 기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해협 해저 광케이블을 끊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