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월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리쿠드당의 주요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북부 공군기지를 공습한 건 튀르키예가 경고를 무시하고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전날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인근 공군기지를 타격한 것은 튀르키예가 시리아 내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며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그들은 듣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이 메시지를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위협하며 남하하는 튀르키예의 군사력 증강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습 당일에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그동안 군사·안보 문제에서 병력 배치의 현상 유지를 합의해왔다”며 “그러나 시리아가 이를 어기고 튀르키예군이 알레포 인근 시리아 공군기지에 진입하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반면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이나 공격 당시 해당 시리아 공군기지에 튀르키예 군사 대표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스라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공군기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시리아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로 악화한 양국 관계가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번 공습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의 안보 질서를 누가 주도할지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년간 시리아를 통치한 알아사드 정권은 2024년 12월 붕괴했다. 이후 시리아가 새로운 정치·안보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는 각각 자국의 군사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리아 남부에서 군사적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 대부분을 빼앗아 점령한 뒤 이를 실효 지배해왔다.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는 골란고원과 맞닿은 시리아 남부의 안전지대에 병력을 주둔시키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반면 튀르키예는 시리아 신정부를 이끄는 친(親)튀르키예 성향의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는 시리아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한편 국가기관과 인프라 재건을 돕고 시리아 신정부에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양국 간 경제적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장관은 이날 “튀르키예 기업들이 시리아에서 새로운 유전을 탐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 키프로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밀착을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경계해왔다. 시리아 신정부가 튀르키예의 지원을 등에 업고 향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같은 이스라엘 적대 세력으로 변모할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엔 시리아 신정부를 이끄는 알샤라 대통령의 과거 이력도 영향을 미쳤다.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및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세력에서 활동한 바 있다.
유럽 외교전문지 모던 디플로머시는 “이번 충돌은 시리아가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간 경쟁에서 점점 더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알아사드 정권 이후 시리아의 과도기적 상황은 서로 다른 역내 비전이 충돌하는 경쟁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양국이 원하는 안보 질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라며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이) 신뢰할 만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시리아는 점점 더 위험한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열세인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새로운 적으로 삼아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갈리아 린덴슈트라우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AFP통신에 “네타냐후가 반(反)튀르키예 카드를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는 이것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