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한 선거 구도에 몸 사리기 지적 논란 피하며 경력만 전면에 내세워 “과장된 약속 하고 싶지 않다” 해명
하비에르 베세라 가주 주지사 후보. [하비에르 베세라 X 캡처]
오는 11월 가주 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하비에르 베세라(사진) 전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체적인 공약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우위의 가주 정치 지형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굳이 논란이 될 만한 정책을 꺼내 들 필요가 없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비영리 언론 캘매터스는 베세라 후보가 주택과 전기료, 보험료, 인공지능(AI), 의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나 실행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주택 문제가 대표적이다. 베세라 후보는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자금 지원을 확대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임기 중 공급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연간 약 10만6000채인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과장된 약속’이 될 수 있다며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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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와 보험료 문제도 취임 후 비상사태를 선포해 높은 요금의 원인부터 파악하겠다는 입장일 뿐 구체적인 인하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2035년 개솔린 신차 판매 중단 정책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AI 기업 지분을 공공이 보유해 기술 발전의 이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거론했지만, 이후 검토할 수 있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공공 의료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비용과 낭비, 허위·부당 청구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베세라 후보는 오히려 공약보다 자신의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행사에서 주지사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과장된 약속을 내걸고 싶지 않다”며 “나의 경력을 바탕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중론에는 30여 년 전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베세라 후보는 1993년 연방하원의원 초선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하다 노동자 보호 조치 등이 추가되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후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정책을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후 연방하원의원 12선을 지내고 가주 최초의 라틴계 주 검찰총장과 전국 최초의 라틴계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만큼, 35년 넘게 쌓은 정치 경력을 새로운 공약 대신 내세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베세라 후보가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선거 구도에 주목한다. 멘로칼리지의 멜리사 미컬슨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가주에서 공화당 후보 스티브 힐튼과 맞붙는 베세라 후보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정책적으로 모험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해 개솔린 가격을 갤런당 3달러로 낮추고 전기료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등 구체적인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스티브 힐튼 후보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물론 베세라 후보도 최근 저소득층 가정에 낮 시간대 2시간 동안 전기를 무료로 공급하는 ‘파워 아워(power hour)’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력회사와 가주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공약으로 확정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