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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Los Angeles

2026.08.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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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18일 아침, 신문 1면에 실린 리오넬 메시의 대문짝만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전날 39세의 메시가 알제리와의 예선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듯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메시는 축구선수를 넘어 신과 같은 존재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가적인 이슈가 될 만큼 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그가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칠레와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아르헨티나가 패배했다.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그가 슛을 골대 위로 넘겨버린 것이다. 팬들의 엄청난 비난과 죄책감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그는 대표팀 은퇴선언을 했다.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의 조그만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여교사가 메시에게 보낸 편지다.  
 
“리오넬 메시에게;
 
… 아이들에게 인생의 목적은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며 오늘의 메시가 되었는지를 잘 압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이라는 희귀병을 앓은 당신이 어린 나이에 고통스러운 주사를 얼마나 맞으며 자랐는지를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은퇴하면 이 나라 아이들은 당신에게 배웠던 노력의 가치를 더 이상 배우지 못합니다. 지금 당신처럼 단지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오늘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당신을 얘기할 때 당신이 얼마나 멋지게 축구를 하는지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단 한 골을 넣기 위해 당신이 같은 장면을 수천번이나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제발 우리 학생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주세요….”  
 
그 편지는 순식간에 아르헨티나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가 감동을 주었다. 결국 메시는 마음을 돌려 6주 만에 대표팀 복귀를 선언했다.  
 
어려서 우리 집은 비원 근처인 종로구 원서동에 있었다. 당시 한국 제일의 부자인 화신 백화점 사장 집이 가회동에 있었는데, 그 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우리집이었다.
 
 그 후 6·25 전쟁으로 피난을 갔다 온 후 어찌 된 일인지 왕십리에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 학교에는 부잣집, 권력자의 집 딸들이 많았다. 그들은 모든 분야에서 빼어나고  자신만만했다. 그들을 보며 나는 마치 패배자처럼 느껴졌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는데,  주눅이 들어서 학교에 가기 싫었다. 월~토요일까지 시간표에 따라 책가방을  다르게 싸야 하는데 매일 똑같은 교과서를 책가방에 넣고 다녔다. 수업시간에는 책상 위에 아무 책이나 펴 놓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했다.  
 
한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과목 선생님인지 눈치를 채고 담임 선생님에게 일렀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다짜고짜 여러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나의 뺨을 때리셨다.  너무 창피하고 분해서 더욱더 학교에 다니기 싫었다.      
 
그렇다고 당장 학교를 그만둘 용기도 없었다. 병든 닭처럼 비실거리며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는 나를 보고 안 됐는지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광자야, 자신감을 가져 봐. 너는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자야.” 근거 없는 그 친구의 말에 갑자기 어깨가 쭉 펴지고 고개가 번쩍 들렸다.  
 
오기 때문인지 그 후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만약 그때 학업을 포기했다면 지금쯤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다. 실의에 찬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인정해 주는 말,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에서 나온다.
 
이번 월드컵 개막식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와 이재가 함께 공식 주제가를 불렀다. 특히 이재는 가사 가운데 ‘또 넘어져도, 또다시 일어나’라는 부분을  한국어로 불러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노랫말의 배경은 자신의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셨던  그의 삶이 노래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창업 초기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한국의 용산 전자 상가를 찾아 상인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의 성공은 현장을 발로 뛰며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였다.  
 
황 CEO는 파산위기에 몰렸던 당시를 회상하며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실패는 성장의 과정이며, 위대해지기 위해선 고난이 필요하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바닥에 쓰러졌을 때를 자신을 단련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또다시 일어나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패배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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