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전후 한국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윤복이의 일기'(원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조선어 대사전'을 편찬한 쓰카모토 이사오(塚本勳) 전 오사카외국어대 교수가 20일 흡인성 폐렴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향년 92세.
1934년 재일한국·조선인이 많이 살던 오사카시 이쿠노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교토대 언어학과에 다니면서 일본어의 기원에 흥미를 가진 끝에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참고나 사전이 없을 때였다. 할 수 없이 교토조선중고교에서 비상근강사를 하면서 한국어를 연구했다. 1963년 오사카외대(현 오사카대)에 개설된 조선어학과에서 전임 강사·교수를 역임했다. 전후 일본 대학에 만들어진 조선어학과는 덴리대에 이어 오사카외대가 두 번째였다.
23년간 노력 끝에 1986년 '조선어 대사전'을 편찬했다. 연인원 300명을 투입해 22만 단어를 수록했다.
1965년 한일조약 체결을 앞두고 한국 껌팔이 소년의 일기를 모은 책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윤복이의 일기'라는 일본어로 펴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전후 북한 문학만 소개되던 일본에서 한국 문학 작품이 번역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오시마 나기사(1932∼2013) 감독이 이 책을 보고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 시인 김지하(1941∼2022)의 시도 일본어로 옮겼다. 1998년 10월 김대중(1924∼2009)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일본 총리와 궁중 만찬회가 열렸을 때 내빈으로 초대됐다. 이 인연으로 미치코 황후에게 한국어 역사를 강의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7년 히가시오사카시 JR쓰루하시역 부근에 자신의 장서 등을 활용해 '이카이노(猪飼野) 조선 도서 자료실'을 개설했고, 말년에도 나라현과 오사카부의 자택에서 시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길 계속했다. 한국어 시민 강좌는 올봄까지 계속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고인이 눈을 감기 전날(19일)에도 병상에서 "이번 달에도 한글 강좌를 열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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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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