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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보상’…두 쪽 난 삼성, DX 노조 거리로

중앙일보

2026.08.21 02:11 2026.08.2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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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삼성전자 DX노조(동행노조) 조합원들이 DS부문과의 보상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1000주라는 숫자가 아니라, DX의 과거 기여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제대로 따져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삼성전자 DX노조(동행노조) 조합원들이 DS부문과의 보상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1000주라는 숫자가 아니라, DX의 과거 기여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제대로 따져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왜 실적이 나쁠 때 책임은 직원만 지고, 임원은 책임을 안 집니까. "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는 사측 추산 1800명, 노조 추산 3500명의 디바이스경험(DX)부분 조합원이 중심인 ‘동행노조’ 조합원이 모였다. 삼성전자 DX부문에 재직 중인 노조원 오모(32)씨는 “실적이 나쁘다며 직원에게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을 요구한다면 경영진도 적자를 낸 경영 판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조합원들은 검은 옷과 투쟁조끼 차림으로 서초대로 일대를 행진했다. 행렬 앞에는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검은 띠를 두른 영정사진 형태의 피켓과 함께 ‘추모 삼성전자 DX부문,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조합원들은 “경영실패 책임져라”, “인공지능(AI) 대전환은 학규부터”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입사 5년차 노조원 이준민(32)씨는 “원래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었는데 목소리를 내도 회사가 들어주지 않으니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삼성, 한쪽은 호황 한쪽은 적자

DX 직원들이 거리로 나온 배경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와 DX가 처한 정반대 상황이 있다. 메모리 초호황으로 D램·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를 만드는 DS부문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을 만드는 DX부문은 메모리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지난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DS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성과급이 신설됐고, DX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이 결정되자 노조는 DX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동행노조가 제안하는 ‘원삼성’ 모델은 전사 성과 일부를 공통재원으로 배분하고 사업부별 추가 성과는 별도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지난 2023년 DS가 14조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때 약 48조원의 시설 투자가 이뤄졌고, 과거 모바일경험(MX) 부문 자금이 DS 투자에 활용된 전례 등을 근거로 들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재원을 부문 간 공유한 전례가 없다며, 성과를 낸 사업부가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동행노조 조합원들은 세탁기 등 가전제품 사진에 검은 띠를 두른 영정사진 형태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피켓에는 ‘추모 삼성전자 DX부문,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 등이 적혔다. 뉴스1

이날 동행노조 조합원들은 세탁기 등 가전제품 사진에 검은 띠를 두른 영정사진 형태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피켓에는 ‘추모 삼성전자 DX부문,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 등이 적혔다. 뉴스1



1000주 요구하는 DX 노조

회사 측은 메모리 값 급등 등 외부 환경이 DX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반면 노조는 메모리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뿐 아니라 공급망관리(SCM), 가격·제품 구성, 사업 포트폴리오 등 경영 판단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DX부문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김보라 씨는 “가전은 2020년 비스포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울수록 원가 경쟁력을 높일 제조라인에 투자해야 하는데, 사람을 줄이고 비용만 깎아서는 발전이 아니라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적자인 DX에 이미 자사주 지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1인당 1000주를 추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주’의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제시되지 않은 데다, 올해 임금교섭이 이미 노사 합의로 마무리돼 재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에 대해 동행노조는 1000주가 DX의 장기 기여와 보상 격차를 문제 삼기 위한 ‘상징적 요구’로, 규모와 지급 방식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섭 대표성을 둘러싼 갈등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는 전날 동행노조에 내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현재 조합원 수로는 초기업노조가 내년 교섭대표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보상을 둘러싼 노사 마찰은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섰고, 포스코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해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네이버제트에서도 임금·처우 문제로 노조가 추가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동행노조도 회사가 재논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인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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