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책상 대신 욕조?…“프라이빗 사우나냐” 청년들 반발
중앙일보
2026.08.21 08:33
2026.08.22 21:49
정부가 고시원의 책상 설치 의무를 폐지하고 개별 방에 욕조를 허용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시원을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한 발 물러섰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과정에서 고시원 이용자, 관련 협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욕조 설치 완화 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고시원 개별실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을 반드시 갖추도록 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기준은 고시원이 숙박·학습시설의 성격을 넘어 사실상 독립 주거시설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별실에 취사시설과 욕조를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고 전셋값과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시원을 도심의 주거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국토부도 변화한 주거 환경과 고시원의 다양한 운영 형태를 고려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 했다.
고시원 개별 방에 욕조가 설치된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개정안이 공개되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를 허용하면 고시원이 최소한의 주거 여건조차 갖추지 못한 초소형 원룸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탁상공론” “고시원이 아니라 프라이빗 사우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국토부는 행정예고 9일 만에 욕조 설치 완화 규정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중소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에 따라 고시원의 다양한 운영 형태를 고려해 안전과 무관한 규제를 완화하려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