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요즘 영화 소장법, 블루레이 아니다…판매량 86% 뛴 ‘읽는 굿즈’

중앙일보

2026.08.21 14: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17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오디세이' 홍보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는 개봉 17일째인 21일 오후 3시쯤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오디세이 각본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오디세이' 홍보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는 개봉 17일째인 21일 오후 3시쯤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오디세이 각본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 영화 마니아들의 관심만 받아왔던 각본집이 대중적 출판물로 변모하고 있는 걸까. 영화 ‘오디세이’의 각본집이 출간 전 사전 예약 때부터 예술·대중문화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하더니, 지난 19일 정식 출간 이후에도 계속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명대사들을 (각본집으로) 보고 싶었다”(교보문고), “영화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책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예스24) 등 구매자들의 댓글 호평도 적지 않다.

『오디세이 각본집』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가 처음 낸 각본집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각본집은 영국 런던의 출판사 파베르&파베르가 출간해오고 있는데, 웅진지식하우스는 영화 제작 때부터 선제적으로 접촉해 판권을 확보했다. 이 책을 기획·편집한 이민경 편집자는 “전작 ‘오펜하이머’가 외화인데도 불구하고 각본집이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잘 팔렸다”며 “놀런 감독은 국내에도 팬덤과 인지도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출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웅진과 같은 대형 출판사도 각본집 출간에 뛰어든 건 실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7월 출간된 것만 78종으로 지난해 전체 숫자(53종)를 넘어선 가운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5% 증가했다. 관객 수 1600만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 판매의 영향이 크다고 교보문고는 밝혔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팬들이 영화를 소유하는 하나의 방식, 즉 굿즈(Goods) 성격으로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경 편집자는 “요즘 희곡이라는 문학 장르를 읽을 일이 별로 없는데, 그게 각본집이라는 형태로 소비되는 거 아닌가 싶다”는 분석도 더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장에서 연기 디렉션을 하고 있는 장항준 감독. 사진 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장에서 연기 디렉션을 하고 있는 장항준 감독. 사진 쇼박스

과거 각본집은 특정 영화·드라마의 팬덤이 확인되면, 펀딩 방식으로 구매자를 확보한 뒤에 정식 출간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영화 관련 업체나 소규모 출판사가 팬들을 위해 각본집을 일종의 굿즈로 만든 것이었다. 이를테면 각본집을 많이 내온 플레인아카이브는 원래 영화 블루레이 디스크를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각본집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종합 출판사도 출간을 늘리는 추세다. 교양서와 해외 문학으로 유명한 을유문화사는 지난달 박찬욱 감독의 영화 9편의 각본집을 세트로 냈다. 영화 ‘오펜하이머’ 각본집을 낸 곳은 과학서적을 주로 내는 동아시아의 자회사 허블이었다.

특히 적극적인 곳은 김영사다. 이곳은 영화보다는 드라마 시리즈에 집중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그 해 우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12종의 대본집을 냈다. 김영사 관계자는 “대본집 출판을 전담하는 팀이 있다”며 “책으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작품과 대사가 좋고, 드라마가 화제가 되거나, 배우가 신드롬이 될 것 같으면 출판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역대 각본집 판매 순위

역대 각본집 판매 순위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사진 을유문화사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 사진 을유문화사

출판사들은 잘 팔리는 각본집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김경민 을유문화사 편집장은 “영화에 아련한 감수성이 있고, 대사가 좋으면 팬들이 각본집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서래(탕웨이)가 해준(박해일)의 마음 속에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묻히는 결말로 끝나는 데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같은 대사도 화제였다. 출판사인 을유문화사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 각본』은 8만부 넘게 팔려, 역대 각본집 판매 1위다.

각본집이 대중적 장르가 됐냐는 데 대해선 업계 시각이 회의적이다. 지난해보다 늘긴 했지만, 애초에 판매량 자체가 적어 증가율이 커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교보문고는 설명했다. ‘오펜하이머’ 각본집을 기획한 최창문 동아시아 편집팀장은 “몇 작품이 상대적으로 잘나갔다고 해서 각본집이라는 장르 자체가 부상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