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교회에 위장 잠입해 내부 모임을 감시하고 참석자들의 대화까지 몰래 녹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법원이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의 이민 단속 활동을 제한한 상태여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침례교계 매체 뱁티스트뉴스글로벌(BNG)은 ICE 요원이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유니버시티침례교회(University Baptist Church·UBC)에 신분을 숨긴 채 들어가 내부를 감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연방 수사 기록에 따르면 여성 요원은 지난 5월 28일 UBC 체육관에서 열린 한 단체의 훈련에 참가했다. 연방 당국이 ‘좌파 성향 무술단체(left-wing martial arts group)’로 지칭한 단체였다.
요원은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리며 단체에 참여하게 된 경위 등을 묻고 대화를 녹음했다.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녹음 장치를 체육관 바닥에 떨어뜨렸다가 약 3분 뒤 돌아와 회수하기도 했다.
교회 밖에서도 감시가 이뤄졌다. MPR뉴스에 따르면 연방 요원들은 지난 4~6월 최소 세 차례 UBC 주변을 감시했다. 교회 출입자와 주변 차량을 촬영하고 번호판을 조회해 신원을 파악하기도 했다.
교회 측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UBC 교인이자 전 교회 회장인 진 러브키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DHS가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본 데 이어 건물 안까지 들어와 녹음하고 감시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신성한 공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밝혔다.
특히 당시 법원이 종교시설에서의 이민 단속 활동을 제한하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2월 교회와 학교, 병원 등 이른바 ‘민감한 장소’에서 이민 단속을 허용한 연방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소송에는 침례교연맹(Alliance of Baptists)과 미국침례교회(ABCUSA) 등 20여 개 종교단체가 참여했으며, UBC도 이들 단체에 소속돼 있다.
이에 침례교연맹과 ABCUSA 등 원고 측은 지난 20일 연방정부가 가처분 명령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명령 이행을 강제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교회에 위장 요원을 투입해 사람들을 감시하고 녹음한 것은 법원 명령에 대한 “명백하고 중대한 위반”이라며 연방정부를 법정 모독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BC만 감시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공개된 연방 수사 자료에 따르면 미네소타와 미시간의 교회 최소 5곳이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교회에는 위장 요원이 직접 들어가 모임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시 사실은 미네소타에서 반ICE 시위대 15명이 기소된 공모 사건의 법원 기록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연방 당국은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틈타 폭력과 재산 파괴, 연방 요원 위협 및 업무 방해 등에 나선 개인과 조직을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DHS)는 구체적인 감시 활동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진행 중인 특정 수사나 수사 기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UBC의 코디 샌더스 임시 담임목사는 교회가 감시 대상이 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별도의 보안 조치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며 “이번 일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두려움에 대한 가장 좋은 해독제는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