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이 포가차르(28·슬로베니아)가 사이클 3대 그랜드투어 중 하나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부엘타) 1스테이지에서 1위로 골인하며, 시작부터 레드저지(종합성적 1위)를 차지했다.
포가차르는 23일(한국시간) 1스테이지 타임트라이얼(개인 독주) 9.4㎞ 코스를 10분57초에 주파했다. 2위 에단 헤이터(28·영국)와의 격차는 0.09초에 불과했다. 조슈아 탈링(22·영국)은 4초 뒤진 3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포가차르는 자신이 지금 사는 모나코의 집 근처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했다. 그는 “0.09초 차이가 난 곳이 아파트를 지나가는 구간이었다”며 “그곳은 가장 기술적인 구간인데 매일 걷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곳”이라고 말했다.
3위에 오른 탈링에게도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그의 동생 핀레이 탈링은 일주일 전 포르투갈에서 열린 볼타 아 포르투갈 경기 중 도로 사고로 숨졌다. 그는 동생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한때 선두권을 기록했지만, 헤이터와 포가차르가 차례로 기록을 넘었다. 포가차르는 탈링을 응원했다. 그는 “오늘은 조슈아가 우승하기를 정말 바랐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했지만, 이상하게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엘타 1스테이지 우승후 레드 저지를 차지한 타데이 포가차르(오른쪽). 왼쪽은 알베르 2세 모나코 대공. [로이터=연합뉴스]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한 포가차르가 이번 대회를 우승하게 되면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까지 3대 그랜드투어를 모두 석권하는 역대 9번째 사이클리스트가 된다. 지로·투르·부엘타는 3대 그랜드투어로 세계 최정상의 사이클리스트가 총출동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2026 부엘타는 모나코에서 출발해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끝나는 21개 스테이지, 3275㎞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누적 상승고도는 5만8000m를 넘어 역대급 난코스로 평가된다. 2스테이지부터 높은 누적 상승고도가 기다리고, 3스테이지는 피레네 산악지대를 거친다. 4스테이지 안도라는 첫 본격적인 산악 구간으로, 이때부터 종합성적(GC)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고난도 오르막이 몰려 있다.
포가차르의 부엘타 우승 여부는 투르 이후 체력을 얼마나 회복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르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3주짜리 그랜드투어에 나서는 만큼 피로 누적을 피하기 어렵다. 소속팀 UAE 역시 이를 고려해 투르 이후 포가차르의 육체적·정신적 피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번 부엘타는 포가차르의 독주가 예상된다. 그를 견제할 경쟁자로는 부엘타에서 네 차례 우승한 프리모시 로글리치(37·슬로베니아)를 비롯해 산악 구간에 강한 리처드 카라파스(33·에콰도르)와 펠릭스 갈(28·오스트리아) 등이다. 오스카 온리(23·영국)는 젊음과 성장세를 앞세운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들이 3주 동안 포가차르의 독주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가 이번 부엘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