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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지킬 의지→능력 있나”…‘요격탄 부족’ 美 향한 의구심

중앙일보

2026.08.22 20:32 2026.08.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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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해 동맹들이 이전에는 ‘지킬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면, 이제는 ‘지킬 역량이 있느냐’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 이란전 이후 급격하게 소진된 미국의 요격탄 재고가 일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 한반도 안보 역시 영향권에 있다.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체계. 로이터=연합뉴스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체계.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질서를 지킬 능력이 있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란전으로 미국의 미사일 요격탄 재고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미국이 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동맹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복귀 이후 동맹들은 미국의 의도를 두고 조마조마해왔다. 하지만 이란전으로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소진되고 미국의 실질적 군사력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동맹들은 미국의 능력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면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한 매슈 크로닉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예전에는 ‘미국이 정말 그렇게 할 것인가’라는 신뢰성(credibility)의 문제였지만, 능력(capability) 역시 억지에서 중요한 일부”라며 “미국의 탄약 소모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적대국이 ‘미국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건 극히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WSJ는 미국이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요격(THAAD, 사드) 체계 등 요격탄의 전쟁 전 비축량 가운데 이미 절반을 소진했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추산을 인용하며 “이런 요격탄 부족은 미국의 동맹 및 우방과 연관된 모든 실제 또는 잠재적 분쟁에서 자유세계 전체와 그 파트너들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병력을 유럽에 배치하고 있는 시점에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기로 결정하고, 북한 독재정권을 위협적이지 않다고 표현한 건 미국이 장기적으로 힘을 유지하며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가장 최근의 행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와 한국의 이란전 기여 부족을 이유로 한·미 하반기 정례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요격탄 부족이 미국의 역량 약화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면, 연합훈련 축소는 의지의 약화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 된 셈이다. 이에 미국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국의 무력 분쟁을 막아낼 수 있을지 억지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2024년 영국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을 지낸 존 뷰 킹스칼리지런던 전쟁학과 교수는 “요격탄과 미사일 방어 부족으로 이제 서로 다른 전구(戰區)에서 동시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걸프 지역에 대한 즉각적 영향은 물론이고, 아시아에도 잠재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요격률이 우수한 방공망이라고 해도 한 발의 공격을 막으려면 통상 요격탄 2~3발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WSJ는 정보당국의 추산을 근거로 러시아가 한 달에 1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 북한, 이란 등을 묶어 ‘적대국의 축’으로 거론하며, 전시 체제를 택한 이들의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이 서방의 요격탄 생산량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CSIS는 이란전 이전 2300여 발이던 미군의 패트리엇 요격탄 재고가 7월 말 800발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00mm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00mm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실제 북한이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얼마나 비축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수백 발 규모를 운용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말~2025년 8월 러시아에 SRBM에 속하는 KN-23과 KN-24 약 150발을 공급했고, 올해에만 최소 약 40발을 새로 공급했다. 비축분과 별개로 해외에 200발 가까운 규모를 보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600mm 초대형 방사포(KN-25)의 경우 지난 3월 훈련에서 발사대 12대가 등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차량 상부에 발사관 5개를 얹은 형태다. 이론적으로는 공개된 것만으로도 60발 동시발사가 가능한 셈이다. 또 김정은이 전방 배치를 지시한 이동식 발사대(TEL) 250대에는 산술적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1000발을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군 전체 패트리엇 요격탄 재고가 800발 수준이라는 점은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산을 투입할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전간기(interwar period)를 거치면서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영국의 의지는 여전했지만 이를 감당할 역량은 급속히 쇠퇴하며 영·미 간 힘의 전환이 일어난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부상한 미국은 이를 떠맡을 의지가 부족해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국제 질서를 지킬 의지가 있는 나라와 능력이 있는 나라가 서로 달라서 공백이 발생했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약 100년 뒤 두 측면 모두에서 동시에 의심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WSJ는 여기에는 전화위복의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 초까지 미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 관련 고위직을 지낸 루도빅 후드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런 경종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십년 간 서방 국가들은 잘못된 안도감에 빠져들기가 너무 쉬웠다. 전쟁을 치르는 것은 불쾌한 일이더라도 이는 미래에 전략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도록 강제하는 유용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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