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월 1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례적으로 ‘공저(公邸·총리의 숙소) 생활’에 대한 장문의 해명을 올렸다. 주말에도 총리 공저에만 머무는 등 외부 접촉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휴일을 공저에서 보내면 (언론의) 총리 동정에는 ‘종일 공저에서 보냄’이라고 기록되지만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자료를 가져와 담당 비서관과 공저 회의실에서 협의하거나 원격으로 소통한다는 설명이다. 또, 총리가 외출하면 경호 등에 상당한 인력이 동원된다면서 “공저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했다.
다카이치의 ‘집콕’은 역대 총리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주간분슌은 최근 일본 언론의 ‘총리 동정’을 토대로 취임 후 8개월간 주말에 하루 종일 거처에 있었는지 등을 분석한 ‘주말 히키코모리(은둔)율’을 보도했다. 다카이치는 50%를 넘은 반면, 다카이치가 ‘정치적 스승’이라고 꼽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4%대였다.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도 적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4월 취임 6개월을 맞아 ‘총리 동정’을 분석한 결과 다카이치 총리의 회식은 5차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아베 전 총리는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포함해 104차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50차례였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EPA=연합뉴스
오프라인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공간이 X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취임 후 6개월간 다카이치 총리는 X에 400건 넘는 글을 게시했다. 같은 기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약 160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약 200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X에 월평균 약 60건을 게시해왔는데, 이달에는 23일 만에 이미 60건을 넘어섰다. 글의 길이도 크게 늘어 일부는 2500자를 넘겼다.
특히 일본의 추석 격인 오봉(お盆) 기간인 14일에는 일본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가장 높은 실질임금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물가와 경제 대책에 관한 글을 5차례 연속 올리기도 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AFP=연합뉴스
최근 X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배경에는 물가고에 대한 여론의 불만과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이후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올봄 이후 주요 여론조사에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7일 다카이치의 X에 물가 관련 연속 게시를 보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 경향인 가운데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대신 X에 의존하는 정치 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가 회식이나 골프 등을 통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을 폭넓게 만나며 인적 네트워크를 정권 운영에 활용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스타일이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 총리는 22일 “공저 역시 중요한 업무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공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