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전 LG전 4안타 활약으로 대역전극을 이끌면서 슬럼프 탈출 신호탄을 쏜 한화 문현빈. 사진 한화 이글스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을 받고 내야수로 입단한 그는 프로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뒤 타격 재능을 꽃피웠다. 첫해 KBO리그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100안타를 기록하면서 잠재력을 보였고, 3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는 주전 외야수이자 중심타자로 발돋움해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앞장섰다. 그 결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다음 달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무난하게 승선했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탄탄대로를 달려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난 5월 문현빈에게 낯선 슬럼프가 찾아왔다. 타격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부진이 길어졌다. 4월까지 0.337이었던 타율이 5월 말엔 0.306, 6월 말엔 0.282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월간 타율 0.354로 반등하는 듯했는데, 이달 들어 다시 2할대로 처졌다. 22일까지 성적은 타율 0.292, 12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1.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 시즌 한화 타선의 ‘주인공’이었던 문현빈의 존재감에는 못 미친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화의 다른 중심 타자들이 동반으로 주춤해 팀 성적도 내리막길을 탔다.
처음으로 겪는 정체기와 성장통. 문현빈은 그 고비를 이겨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심리적으로 많이 쫓긴 것 같다. 멘털이 흔들리면서 몸도 반응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흔들렸다”며 “내 문제를 늦게 인지했고, 해법을 찾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지난 21일 대전 LG전 4안타 활약으로 대역전극을 이끌면서 슬럼프 탈출 신호탄을 쏜 한화 문현빈. 사진 한화 이글스
그런 그가 터닝 포인트를 만난 듯하다. 문현빈은 지난 21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4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러 극적인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올 시즌 그의 두 번째 4안타 경기다. 한화는 이날 3회까지 0-9로 뒤지다 5~7회 각각 3점을 뽑아 11-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8회 김태연의 결승타와 문현빈의 쐐기타로 4점을 추가해 끝내 15-11로 승리를 일궜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큰 점수 차 역전승(1위는 10점 차). 문현빈은 “9점 차를 뒤집은 야구는 해본 적이 없다. 말이 안 된다”고 감탄했다.
고비는 모두에게 찾아온다.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문현빈은 이 경기가 자신과 팀 모두에게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경기로 타격감을 완전히 찾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창) 안 좋았을 때보다는 꾸준히 이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며 “지난해 겪지 못했던 이런 경험 또한 내가 더 배워야 할 부분이다. 다음에 슬럼프가 또 올 수 있겠지만, 그땐 더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