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송모(41)씨는 최근 국내 주식에 넣어뒀던 자금 일부를 빼서 정기예금으로 옮겼다. ‘롤러코스피’ 장세에 당분간 주식 투자금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송씨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내려온 것 같아 달러를 조금 사뒀다”며 “금값도 다시 오르고 있어 금 투자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에 들어오는 돈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금·달러 수요도 늘었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 판매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감소하며 ‘빚투’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상담창구의 모습. 뉴스1.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998조7064억원으로 7월말 대비 13조7665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달에도 한 달 새 35조5401억원 불어났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예금을 늘리거나, 자금을 은행에 묶어두고 일단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1~20일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829억6000만원으로 지난달보다 약 2.8배에 증가했다. 올해 1월 이후 최대 수치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1조8107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948억원 늘었다. 미·이란 전쟁 이후 약세였던 국제 금값도 최근 반등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용 둔화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옅어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구조적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달러 예금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은 749억2000만 달러로 7월 말보다 8%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개인은 132억2000만 달러로 4년 6개월 만에, 기업은 617억 달러로 3년 8개월 만에 최대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은 환율 하락을 달러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기업은 수출대금을 보유하거나 해외 투자·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반면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은 줄고 있다. 5대 은행의 ETF 판매액은 지난 5월(15조3171억원) 정점을 찍은 뒤 크게 감소해 이달 1~20일 4634억원에 그쳤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44조108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52억원 줄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급등락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던 투자자들도 한층 신중해졌다는 방증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