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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셀프 종결’해도 몰랐다…경찰, 권한은 막강한데 시스템은 구멍

중앙일보

2026.08.23 02:21 2026.08.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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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지난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지난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이 실종 사건을 ‘셀프’ 종결한 것을 두고, 경찰 내부의 실종 사건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건 종결권 등 막대한 권한을 가지게 된 경찰을 견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제주에서 60대 남성 B씨가 실종 상태 5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B씨 가족은 지난달 2일 실종 신고를 했지만, 부 경장이 “B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며 전산망에서 사건을 임의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석 달째 행방불명인 장미란(37)씨 사건도 부 경장의 ‘셀프 종결’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쯤 장씨의 남자친구가 신고했으나, 부 경장이 같은 날 오후 9시쯤 “연락이 됐다”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5월의 종결 기록을 근거로 접수가 거부됐다는 게 남자친구의 설명이다. 다만 이틀 뒤 장씨의 친척이 서울에서 신고하면서 사건 재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22일 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부 경장을 긴급 체포했다.


부 경장이 상부에 제대로 된 보고 없이 사건을 ‘셀프 종결’한 배경에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등 경찰 내부의 부실한 관리 체계가 우선 꼽힌다. 실종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실무자가 시스템상 ‘변사’ 등의 실종 해제 사유를 입력하면 상급자 결재 없이 해제가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종 신고를 실무자가 윗선 보고 없이 임의로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1일 경찰청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실무자가 실종 사건 해제 요청을 하면 팀장·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는 ‘이중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3시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B씨의 유족이 제주 서부경찰서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독자 제공

23일 오후 3시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B씨의 유족이 제주 서부경찰서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독자 제공

아동이나 치매 환자 등과 달리 실종 성인이 수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만 18세 미만의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의 실종 사건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교통카드 이용 내역 등의 정보를 즉시 요청할 수 있다.

반면 실종 성인에 대해서는 경찰청 예규에 따라 ‘가출인’으로 분류돼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성인 실종법을 제정해 성인 실종에 대한 처리·수색·해제 방법을 제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으로 검찰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단이 적어진 상황에서 경찰관의 의도적인 사건 암장(暗葬)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형소법 개정 후속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7대 사회적 약자 범죄에 대한 전건 송치에서도 이번 같은 실종 사건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개정 형소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수사 기소 분리의 근간이 유지되더라도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과 관여, 정보공유 등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형소법 보완 개정을 해야 한다”고 썼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후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 보완책들을 하나하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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