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기대감이 하루도 안 돼 식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주가 얘기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28만5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전 거래일보다도 낮은 27만원에 마감했다. 주주환원 계획이 800만 주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에서 올해만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주주환원 규모(20조3000억원)의 약 5배에 달한다. 당장 3분기에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한다. 주당 약 5000원을 배당하는 셈으로, 2분기 배당금(주당 374원)의 13배가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방식과 규모는 올해 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박경민 기자
하지만 해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절대적인 주주환원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상당 부분 예상됐던 수준”이라며 “최근 투자자들의 기대치에는 소폭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앞서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최대 200조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임직원 보상분이 아닌, 일반 주주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실망을 키웠다. 특히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터라 두 회사의 주주환원이 더 대비됐다. 실제 장 마감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173만원에서 176만1000원까지 뛰었다.
주주환원 규모를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의 50%로 유지한 걸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경쟁사인 미국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이 초과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은 ‘절반짜리’ 아니냐는 비판이다. 다만 업계에선 FCF와 초과현금(excess cash)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초과현금은 표준화된 산식이 없어 보수적으로 산정할 경우 ‘100% 환원’이라 하더라도 실제 주주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약세와 코스피 부진이 예상된다”며 “다만 핫칩스 2026에서 공개될 신제품 및 메모리 산업 관련 내용에 따라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에는 강세(환율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