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월드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100m 경기에서 오른쪽 흰색 로봇이 9초 39를 기록했다. [신화=연합뉴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가 누구인지 볼까요. 9초 39. 인간의 100m 세계 기록인 우사인 볼트의 9초 58보다 빠르네요. 톈줘팀이 우승입니다.”
22일 베이징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제2회 월드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중국명 인형기기운동회) 개막식. 100m 예선을 중계하던 장내 앵커의 목소리가 곧 관중의 폭소에 묻혔다.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 세 대가 모두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안전펜스와 충돌한 뒤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다. 이어진 제자리 높이뛰기에서 베이징 톈궁 울트라가 2.8843m를 뛰어올라 인간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개막식에 앞서 7대 7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원격조정이 아닌 자율제어 로봇이 공을 몰고 패스하고 슛을 날렸다. 격투기에서는 화려한 2단 옆차기를 선보인 로봇이 착지에 실패해 넘어져 KO패 당하는 장면도 펼쳐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로봇의 군집 제어였다. 부스터로보틱스의 T2 모델 80대가 마치 천안문 군사 열병식을 연상시키듯 오와 열을 칼같이 맞춘 행진을 선보였다. 개막식에 앞서 중국의 가수 겸 배우인 인기 아이돌 리윈루이(李昀銳)는 지난 4월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50분 26초를 기록하며 우승한 산뎬(閃電)과 100m 경주 뒤 “내가 초반 35m 앞섰으니 35% 승리”라는 소감을 남겼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딩닝(丁寧)은 로봇과 시합을 마친 뒤 “리시브 높이를 바꾸자 로봇도 곧바로 대응했다”며 로봇의 학습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완주 뒤 넘어져 불이 붙은 로봇.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로봇운동회는 닷새동안 총 51개 종목, 1301개 경기가 펼쳐진다. 총 16개 국가 666개 팀이 2056대의 로봇과 참가했다고 베이징시 등 주최측이 밝혔다. 참가팀 수는 첫 회였던 지난해보다 138%, 로봇 규모는 4배 늘었다. 이날 개막식의 일반인 입장료는 128위안(2만6000원)에서 598위안(12만3000원). 적지 않은 가격에도 경기장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중국의 로봇 인기는 뜨거웠다.
지난 19~23일 베이징 이좡(亦莊)에서 세계로봇대회(WRC)에 이어 22~26일 로봇운동회까지 중국의 연이은 로봇 드라이브 뒤에선 냉정한 머니게임이 한창이다. 지난 19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상장 이튿날인 20일 주가가 전일 종가보다 18.7% 급락한 687위안에 마감했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2779억 위안으로, 상장 첫날 장중 기록한 최고치 4449억 위안보다 1670억 위안(약 34조5000억원) 줄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시장의 불안은 “춤은 추지만 집안일은 못한다”는 말로 요약되는 중국 로봇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화려한 동작을 시연하는 수준에는 이르렀지만, 실제 생활환경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실용성과 상용화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조금과 저가 양산을 중심으로 한 성장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 센터장은 “중국의 대표 기업 유니트리의 연구개발비는 미국 피겨AI의 30분의 1 수준”이라며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과 기술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지정학적 필요에 따라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저가 양산을 결합한 산업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