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특수가 가져온 세수 풍년을 당장의 현금성 복지 지출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용도로 쓰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은 일견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을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최근 10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을 넘는 추가 세수와 추계치보다 더 걷힌 당해연도 세수인 초과 세수를 모은 것이다. 규모가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기금은 청년, 성장 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 기존 예산 사업과의 중복이 많아질 수 있다. 최근의 정부 예산에서 ‘미래대응’ 명목의 예산 항목이 빠진 적이 없다. 정부가 강조한 4대 중점 분야도 정부가 이미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쓰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기금 사업으로 예시한 청년 문화예술 패스 확대나 청년 주거 지원, 농어촌기본소득 등을 보면 정부가 기금을 쌈짓돈처럼 쓰려는 것 같아 걱정이다. 더구나 기금은 지출 금액의 20~30%를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바꿀 수 있다. 자칫 정권의 견제받지 않는 비상금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둘째, 현 정부 내에 기금 재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건 과욕이다. 정부는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2~3년 내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과연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차기 정부나 차차기 정부도 사정에 맞게 기금을 쓸 수 있도록 금고를 채워 두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원금을 보전하고 이자만 꺼내 쓰는 노르웨이 정부의 연기금처럼 지출을 제한하는 자기 규율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나랏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조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올해에 이어 내년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이 예상되는데 미래대응기금까지 포함한 내년 예산은 역대급 확대 재정이 될 전망이다. 이미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는데, 재정에선 돈을 풀면 그 엇박자의 피해는 일반 국민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