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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인데 “애가 뛰잖아” 칼부림…아빠 죽인 그놈 찾아간 고3

중앙일보

2026.08.23 13:00 2026.08.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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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진아, 엄마 드라마 보니까 우리는 여기서 야구 보고 들어가자.

학원 수업이 끝나면 규진(18·가명)이는 언제나 집을 향해 뛰어갔다. 저 길 끝 모퉁이를 돌면 수퍼마켓 앞 평상이 나온다. 거기엔 항상 아빠가 앉아 규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의 마중은 규진이가 일곱 살 무렵 태권도 학원을 다닐 때부터 시작됐다. 중학생이 된 규진이가 수학여행에서 돌아올 때도, 고등학교에 다니며 밤늦게 독서실에서 자습하다 귀가할 때도 아빠는 그 평상에서 언제나 규진이를 기다렸다.

그 평상에 앉아 아빠는 규진이와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으로 야구를 같이 보고, 규진이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장난을 걸었다.
규진이에게 아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었다.

규진이의 믿음은, 그날 밤 무너졌다.

‘쾅쾅쾅쾅!’
거칠게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

" 야, 당장 나와! 집구석에 확 불을 싸질러버리기 전에!! "

아랫집 남자였다. 규진이네가 하루 종일 외출하고 돌아온 날, 그 남자는 내내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규진이네 현관문을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그는 일전에도 규진이네 집에서 어린아이가 뛰어다닌다,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진다며 항의를 지속해 왔다. 규진이 엄마가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어린아이도, 피아노도 없다고 확인시켜줬지만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급기야 온종일 비어 있던 규진이 집에서 소음이 발생했다며 한밤중에 소동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벌벌 떠는 엄마와 규진이를 달랬다.

" 내가 잘 얘기해서 돌려보낼게. "

현관문을 열고 나간 아버지. 그게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랫집 남자는 칼을 쥐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규진이 아빠의 배에 그 칼을 쑤셔 넣었다.
푹 고꾸라진 아빠의 목과 등도 여러 차례 찔렀다.
그렇게 규진이는 아빠를 영원히 잃었다.

# 장례가 끝나도, 비극은 계속됐다

아빠의 장례가 끝났지만, 규진이 가족에게 비극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쾅쾅쾅쾅!!’

밤이 되면 규진이의 귓속에선 그날 밤 현관문을 걷어차던 소리가 또렷하게 재현됐다.
어느 날부터 규진이는 방 바닥을 한참 동안 가만히 내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규진이의 가슴속엔 조금씩 분노가 커져가고 있었다.
 일러스트=chatgpt

일러스트=chatgpt


# “죽이고 싶다”는 말, 그 뒤에 숨은 건

" 그 새끼, 내가 죽여버릴 거예요. 내 손으로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에요. "

센터에 처음 찾아온 규진이의 첫마디였다. 규진이의 공격적인 태도에 상담실 안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규진이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규진이 가족은 센터와 상담한 끝에 이사를 결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규진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저 예전 아파트에 다녀왔어요.”

그곳에는 아빠를 죽인 남자의 가족이 여전히 살고 있었다. 이어진 규진이의 다음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계속)


“내 손으로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했던 고3 소년은 아빠를 죽인 남자의 집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그날 규진이는 그 문 앞에서 대체 무엇을 하려 했던 걸까.
복수를 품고 옛 아파트로 돌아간 소년에게 벌어진 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4146

임예윤.선희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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