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안장된 이해찬 전 총리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장과 실용’을 당 운영 기조로 내세웠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첫 주는 당 정체성을 강조하고 선명성을 드러내는 행보로 채워졌다.
김 대표는 취임 이튿날인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1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몸소 여신 시민주권의 길, 세계의 모범으로 활짝 열겠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같은 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다음날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의 묘역도 참배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두 전직 대통령 못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거목이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김 대표는 경선 내내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아왔다”며 “본인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잇는 적통임을 당 내부와 지지층에 확인하는 의미가 담긴 행보”라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을 때리며 선명성도 드러냈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자 김 대표는 사퇴를 촉구하며 거취 압박에 나섰다. 20일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직함을 떼고 ‘조희대씨’라고 부르며 “이미 탄핵당할 만한 충분한 자질과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 발언이 이어진 포럼을 강행해 논란이 된 이 의원에 대해서도 “이진숙 같은 사람과 국회에 앉아 있는 것은 모욕”이라며 “(제명이) 어렵다면 국회 본회의를 통한 과반 의결로 자격정지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 대표의 초반 정체성 강조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네거티브 전당대회로 갈라진 당심을 조기에 결속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청래 전 대표에 환호했던 강성 지지층을 아우르지 못하면, 실질적인 당내 지도력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앞세웠던 선명성과 개혁 노선 역시 본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결기 있게 싸우는 모습을 통해 개혁을 바라는 진보 진영과 강성 당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내 통합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기간 선명성과 개혁을 내세웠던 정 전 대표와 달리 김 대표는 민생·실용과 당정일치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17일 전당대회 당시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ABC 플랜’을 언급하며 “A(Affordability)는 먹고 사는 민생 정치, B(Broadening)는 크고 넓은 덧셈·확장 정치, C(Competency)는 유능한 정치”라고 언급했다.
다만 약점 보완을 위한 선명성 행보가 길어질수록 김 대표가 당초 약속한 민생·실용 및 외연 확장과 실제 행보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도 “정치적 선명성은 지금 보여주는 정도로 가고, 실제로 주력하는 것은 민생과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선명성 보완이 정도가 지나치면 김 대표가 약속한 민생·실용이 가려지고, 외연 확장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