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전·TV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양대 가전회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익성이 갈렸다. 연합뉴스
세계 가전·TV 시장이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 등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양대 가전 공룡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익성이 갈렸다. 같은 악재에 부딪혔지만, 수년간 이어진 수익구조의 차이가 양사의 손익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LG전자 생활가전(HS)·TV(MS)·공조(ES)사업본부의 1·2분기 합산매출은 29조8512억원, 영업이익은 2조331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생활가전 및 공조(DA)·TV(VD)사업부는 매출 28조8000억원에 영업이익은 1900억원에 그쳤다. 외형(매출)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1400억원 이상 벌어진 것이다.
팔지 않았거나 팔지 못한 재고자산을 따져봐도 LG전자(LG이노텍 제외)는 상반기 9조7019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2978억원) 대비 4.3% 증가했지만,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스마트폰(MX) 재고를 포함해 29조260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20조3886억원) 대비 43.5%(8조8721억원) 늘어났다. 가동률 역시 LG전자는 평균 89.3%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7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가전 시장의 승부가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어떻게 남기고 어디서 새 수익을 만드느냐’로 옮겨갔다고 분석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의 판매량으로 핵심 부품 구매력을 확보한 뒤, 이를 중저가 대중제품까지 이식해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건축업자(빌더) 등 기업간거래(B2B)로 안정적 수요처를 다변화하고 가전 구독, 스마트TV 운영체제인 ‘웹OS’ 등 업황을 덜 타는 매출 구조를 안착시켰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을 넘어 글로벌 생태계 공동생산(ECM·Ecosystem Co-Manufacturing)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도 원가 관리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서울 한 대형마트 TV매장 모습.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TV 사업에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는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원가 부담을 판매가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이 지난 19일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 ▶지속적인 체질 개선 지속 ▶혁신 제품 준비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 한파는 그동안 성장세를 달리던 중국 가전업체마저 삼켰다. 뉴질랜드 피셔앤파이클, 미국 GE 가전, 이탈리아 캔디를 사들이며 몸집을 불려온 중국 1위 하이얼조차 올 1분기 순이익(46억5000만 위안)이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어든 것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가전과 TV 업황이 거시 경제 변수에 좌우되고 있다”며 “냉각 솔루션과 로봇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낼수록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