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와 연락이 됐고 무사하다. 다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제주서부경찰서 부모(35) 경장은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 사건과 지난달 또다른 실종자 A씨(60대) 사건과 관련해 가족 등에게 똑같은 거짓 설명을 했다. 부 경장이 허위로 실종 신고를 해제한 후 A씨는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고, 장씨는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제주경찰청은 23일 “실종자들의 신고를 허위로 해제한 혐의(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전날 긴급체포한 부 경장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 경장이 허위로 실종 사건을 종결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그가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한 최근 1년여간 처리한 실종 사건을 모두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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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부담 줄이려 한 것? 또 다른 이유 있나 조사
제주경찰이 지난 20일 제주시내를 돌며 장미란씨 흔적을 찾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제주경찰 안팎에선 부 경장이 왜 실종 사건을 반복해 종결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그가 단순히 업무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서부서의 경우 하루에 많으면 4~5건, 보통 1~2건의 실종 사건 신고가 접수됐다. 부 경장이 이번 두 건 외에 이른바 ‘셀프 종결’을 더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만 18세 이상 성인이 제주도에서 실종된 것은 총 2544건에 달한다. 이를 인구 10만명당 실종 규모로 환산하면 127건으로 전국 평균(142건)보다 10.6% 낮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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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일 이해 안가…경찰 수치”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제주시 한림읍 모 펜션(장기투숙)을 빠져나가는 장미란씨의 마지막 행적이담긴 CCTV. 사진 장씨 가족
서부서 내부에선 “부 경장이 소통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사건을 허위로 종결할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성과 관련한 비위 사건 외에, 이런 일까지 벌인 점은 경찰의 수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 경장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지난달 22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 입건돼 직위해제된 상태다. 2023년엔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돼 내부 경고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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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신고. 119시스템 종결 후 시스템서 삭제
제주경찰이 지난 20일 제주시내를 돌며 장미란씨 흔적을 찾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경찰에 따르면 부 경장이 두 실종 사건을 처리한 방식은 비슷하다. 장씨 남자친구가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43분쯤 실종 신고를 하자 경찰은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끊어진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부 경장은 약 2시간30분 뒤 “장씨와 연락이 됐다”며 해당 신고를 119시스템에서 종결한 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삭제했다. 남자친구에게는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한 통신 내역에는 부 경장과 장씨가 통화한 기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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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유족 “백골 될때까지 뭐했나...경찰 믿었는데”
23일 오후 3시 숨진채 발견한 실종자 A씨 유족이 제주 서부경찰서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독자 제공
지난달 2일 실종 신고된 A씨에 대한 사건 처리도 비슷했다. 부 경장은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하자 “A씨와 연락했고 무사하다. 가족에게 위치를 알려주기 싫어한다”고 설명한 뒤 신고 당일 사건을 해제했다.
가족은 부 경장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두 달 가까이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21일 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재수색에 나선 지 하루 만인 지난 22일 A씨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등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유족들은 23일 서부서를 찾아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에 대해 항의했다. A씨 유족들은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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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삭제 경위 등 수사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뉴스1
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자의 소재도 확인하지 않은 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을 삭제한 경위 등도 조사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실종자의 신고·발견 내역과 해제 사유 등을 관리하는 경찰 내부 정보망으로, 최종 해제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다.
경찰청은 장씨 사건이 불거지자 담당자가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이 해제 사유를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는 ‘이중 확인’ 절차 도입을 뒤늦게 추진 중이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3일 제주경찰청을 찾아 “전국 실종사건 처리에 대해 허위 종결 처리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석 달 이상 실종 상태인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기투숙한 펜션을 혼자 나선 뒤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나흘 뒤인 16일 오전 9시44분쯤 한림항 일대에서 신호가 끊겼고, 이후 카드 사용 등 생활 반응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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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SNS에 올리자 집중 수색...부실수사 논란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지난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장씨 가족이 지난 7월 19일 다시 경찰에 신고를 하고, 8월 19일 직접 얼굴과 신상 등을 밝힌 전단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한 뒤에야 수색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최초 신고 이후 석 달이 지나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장씨의 동선을 추적할 자료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찰과 해경은 지난 20일부터 한림항 일대에 하루 평균 140여명을 투입해 집중 수색하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경찰이 실종신고 접수와 처리 과정에서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라”며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