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한 백순명 테라젠바이오 대표. 당시 연세대 교수로 연구를 이끌었다. 김성룡 기자
모더나와 머크가 맞춤형 mRNA(메신저 리보핵산) 흑색종(피부암) 임상 3상에 성공하면서 개인 맞춤형 항암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종양학·암유전체 분야 전문가인 백순명 테라젠바이오 대표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성공 사례에 대해 “mRNA 암백신은 궁극적으로 여러 암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용어사전>개인 맞춤형 암백신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면역반응을 일으킬 신생항원을 선정한 뒤, 개인별로 만드는 치료용 백신.
」
백 대표는 유방암 표적항암제 ‘허셉틴’의 초기 임상 연구와 유방암 정밀진단 검사 ‘온코타입DX’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암연구소장과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을 지내며 20년 넘게 암 유전체를 분석해 환자별 치료법을 찾는 암 정밀의료를 연구했다. 2020년 테라젠바이오에 합류해 신생항원 기반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임상 결과의 의미와 한계, 국내 개발 현실을 물었다.
Q : 이번 임상 3상의 의미는.
A : 수술 후 고위험군 흑색종 환자에게 ‘키트루다(면역 항암제)’ 같은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억제제와 암백신을 함께 사용했을 때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많은 회사가 개발해온 개인 맞춤형 암백신 효과를 3상에서 처음 입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용어사전>면역관문억제제
몸 안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면역억제 신호를 차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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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면역반응도 유도…말기암엔 한계”
Q : 기존 치료와 비교해 무엇이 새로운가.
A :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에 대한 면역반응이 이미 생긴 환자에게 효과를 발휘한다. 암백신은 암세포의 변이 정보를 면역세포가 인지하게 해 ‘면역반응이 없던 환자’에게도 새로운 면역반응을 만들어준다. 다만 암세포도 ‘방패’를 내놓기 때문에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써야 한다.
백 대표는 암백신이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말기암은 암세포 수가 많은 데다 백신으로 면역반응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려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주요 대상은 수술로 종양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환자 중 표준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환자 등이다. 이번 모더나·머크 3상도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뒤 재발 위험이 높은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모더나와 머크(MSD)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개인 맞춤형 mRNA 암백신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흑색종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국내의 개인 맞춤형 암백신 개발은 어느 단계에 있나.
A : 유전체 분석과 신생항원 예측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분석·설계는 개인 맞춤형 암백신 개발의 핵심 기술이다. 환자의 암세포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찾고, 이 중 면역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신생항원을 골라 환자별 mRNA 백신을 설계하는 데 필요하다. 백 대표는 국내 개발 과정에서 환자별 mRNA를 소량으로 신속하게 생산하는 공정 구축이 과제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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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분 공장은 있는데 ‘한 명분’ 생산은 난관
국내 위탁생산 시설들은 100만 명 분씩 만드는 식의 대규모 생산 공정 중심이다. mRNA를 보호하려면 이를 환자별로 LNP(지질나노입자)에 넣어야 하는데, 국내 GMP 생산이 가능한 관련 장비는 대부분 대량생산용이다.
외신에 따르면 모더나의 개인 맞춤형 암백신은 암 조직 분석부터 백신 투여까지 약 6주가 걸린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전부터 개인 맞춤형 암백신을 개발해왔으며 2018년 환자별 임상용 mRNA를 생산하는 전용 시설을 가동했다.
백 대표는 소량 생산용 장비 개발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관련 생산 공정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테라젠바이오의 임상 진입 시점은 2028년 말~2029년쯤으로 예상했다.
비용도 과제다. 그에 따르면 2년 전 위탁생산 비용은 환자 한 명당 10억원이 넘었다. 현재 추산 생산비는 3억원 미만이며 향후 1억원 아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