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십만 명의 청년이 극심한 취업난과 경쟁의 압박 속에서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방 안으로 숨어들고 있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 규모는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고립·은둔청년’이라 부른다. 또래가 치열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이들은 거듭된 좌절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절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평가는 여전히 차갑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사자의 80.8%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정보 부족과 비용 부담, 전문 기관의 부재로 인해 지원을 포기하고 다시 주저앉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적이고 파편화된 정책, 그리고 이들의 고립을 단순한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낙인으로 상당수의 청년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고립과 은둔은 청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의 지지망이 헐거워졌다는 경고음이다.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 잇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지자체의 촘촘한 관리, 민간 NGO 및 기업의 참여가 결합된 ‘다각적 사회 연대’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 체계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재편되길 제안한다.
첫째, ‘안전하고 끈기 있는 초기 발굴’이다. 대면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특성을 고려해 온라인 및 메타버스 등 비대면 창구를 활용한 느슨하지만 끈기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더불어 심리적 문턱을 낮춰 청년들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서울시의 ‘마음편의점’과 같은 밀착형 발굴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또한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민간 NGO와의 협력,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등으로 세상 밖으로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는 심층 은둔 청년을 조기에 찾아야 한다.
둘째, ‘원스톱 통합 관리 시스템과 컨트롤타워’의 구축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체계를 통합하는 가칭 ‘고립·은둔청년 지원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당사자가 단 한 번의 용기만 내더라도 심리 상담, 일상 회복, 직무 연계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받는 구조가 시급하다.
셋째, ‘당사자 중심의 정서 회복과 가족 통합 케어’로의 전환이다. 일방적인 사회 복귀 강요가 아닌 회복 속도에 맞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취업 교육에 앞서 밀착형 정서 지원이 선행돼야 하며, 가장 먼저 지치고 고립되는 가족을 위한 부모 교육 및 심리 상담도 장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고립에서의 탈출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들이 스스로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사회적 방관을 멈추고, 더 이른 시기,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다시 실패하더라도 기댈 수 있는 포용적 일자리와 완충지대 등 촘촘한 안전망도 필수적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품은 청년이 공공과 민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진정한 회복의 길을 걷길 바란다. 닫힌 문 너머의 소리 없는 외침에 이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연대와 행동으로 응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