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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시술 8000례…난치성 부정맥 치료의 새 길 열어 [Health&]

중앙일보

2026.08.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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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국내 첫 심방세동 시술로 치료 선도
치료 어려운 환자에 새 선택지 제시
국내외 의료진 80명 노하우 배워가

1. 심장의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3차원 맵핑으로 찾아 정상 리듬을 회복시킨다. 사진은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의 펄스장절제술(PFA) 현장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미지다. [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 고려대 안암병원]

1. 심장의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3차원 맵핑으로 찾아 정상 리듬을 회복시킨다. 사진은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의 펄스장절제술(PFA) 현장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미지다. [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은 전기신호가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일 때 일정한 리듬으로 뛴다. 신호가 엉뚱한 길로 새거나 한 곳을 맴돌면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생긴다. 치료는 문제 신호의 출발점과 이동 경로를 찾아 차단하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심장 구조와 전기 흐름을 3차원 입체 지도(맵핑)로 구현해 이상 지점을 추적한다. 이 지점이 관상동맥이나 판막, 정상적인 전기신호가 지나는 길과 가까울수록 치료는 까다로워진다.

이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시술 후 부정맥이 재발한 환자들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는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고난도 환자가 모여 ‘부정맥의 4차 병원’으로도 불린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국내 심방세동 시술 역사의 출발점이다. 1998년 처음으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했다. 당시만 해도 심방세동은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심장 안에 전극도자를 넣어 원인이 되는 전기신호를 직접 차단한다는 치료 개념은 세계적으로도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병원은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술법을 다듬으며 2004년 국내 최초로 부정맥센터를 설립했다. 2000년대 중반 심방세동 시술법이 체계화되면서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센터의 경험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1000례와 3000례, 5000례를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2026년 4월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시술 누적 8000례를 달성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최종일 교수는 “어려움을 겪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치료하다 보니 쌓인 기록”이라고 말했다.



재발성·난치성 부정맥 치료 범위 넓혀

2. 심방세동 시술 8000례 달성.

2. 심방세동 시술 8000례 달성.

심방세동은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발작성인지, 부정맥이 계속 이어지는 지속성인지에 따라 심장 상태와 치료 전략이 다르다. 첫 시술과 재시술의 접근법도 다르다. 재발한 환자는 이전에 차단한 전기신호가 다시 연결되거나 새로운 부위에서 부정맥이 시작될 수 있다. 원인 부위가 심장 바깥쪽이나 근육 깊숙이 자리하면 치료 난도는 더 높아진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폐정맥 고립술(폐정맥의 전기신호를 차단해 부정맥을 치료하는 시술)에 더해 심장 안팎에서 부정맥 발생 부위를 찾는 심내막·심외막 접근법, 혈관의 작은 가지로 알코올을 주입해 깊숙한 병변을 치료하는 방법까지 활용한다. 이를 통해 난치성 부정맥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혀왔다. 최 교수는 “기존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재발성·난치성 환자의 부정맥 위치와 심장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선택적으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시술의 길잡이는 3차원 맵핑이다. 심장 구조와 전기신호의 흐름을 입체 지도로 구현해 부정맥의 시작점과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장비가 치료할 부위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고 복잡한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센터의 또 다른 경쟁력은 30년 가까이 다듬어온 팀 진료 시스템이다. 순환기내과 최종일 과장을 중심으로 심재민·김윤기·정주희·박영준·서창옥 교수가 부정맥팀을 이루고 있다. 시술 의료진과 간호사, 검사실·병동 인력이 진단부터 시술, 약물 관리, 추적 관찰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고난도 환자도 각 치료 단계가 지체 없이 이어지도록 표준화된 진료 절차를 갖췄다.

최근에는 펄스장절제술(PFA)이 새로운 선택지로 추가됐다. 고주파절제술이 조직에 열을 가해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차단한다면 PFA는 짧고 강한 전기장으로 심근세포막에 변화를 일으킨다. 열을 사용하지 않아 식도와 신경 등 주변 조직의 손상 위험을 낮추고 시술 시간도 단축한다. 올해 5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마련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



PFA 3종·3차원 맵핑 활용한 맞춤형 시술

3. 펄스장절제술(PFA) 센터 오브 엑설런스 지정.

3. 펄스장절제술(PFA) 센터 오브 엑설런스 지정.

다만 PFA가 모든 환자에게 정답은 아니다. 처음 시술받는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넓은 부위를 빠르게 치료하는 PFA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에 부정맥이 재발했거나 좁은 지점을 정밀하게 치료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고주파절제술이 적합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국내에 도입된 PFA 기기 3종과 3차원 맵핑 시스템을 갖추고 환자의 심장 구조와 부정맥 유형, 과거 치료 이력에 따라 장비를 선택한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한 기기에서 PFA와 고주파를 병용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적된 임상 경험은 교육과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의료기기 기업 보스턴사이언티픽이 지정하는 PFA ‘센터 오브 엑설런스’로 선정돼 시술 경험과 의료진 교육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이곳에서 부정맥 시술을 연수한 의료진은 국내 30여 명, 아시아 각국 50여 명에 이른다.

센터는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제도인 규제샌드박스로 웨어러블 심전도를 임상에 도입하고 패치형 심전도와 장기 모니터링을 활용해 왔다. 검사할 때는 나타나지 않는 발작성 부정맥을 일상에서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긴QT증후군·브루가다증후군 등 유전성 부정맥의 위험을 찾고 환자 가족까지 관리하는 유전체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고령화로 부정맥 환자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 교수는 “8000례의 경험을 교육과 연구로 확장하는 것이 대학병원의 책임”이라며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더 많은 의료기관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도록 경험과 기술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장비 같아도 판단은 달라 … 30년 누적 데이터가 차이 만든다”


최종일 교수

최종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은 1998년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한 뒤 약 30년 동안 국내 부정맥 치료의 영역을 넓혀왔다. 최종일(사진)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누적 8000례의 가치를 판단력의 축적에서 찾았다. 교과서와 가이드라인, 최신 연구와 자체 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마다 적합한 답을 찾아온 시간이 이 기록에 담겼다는 것이다.


Q : 경험 많은 센터는 실제 무엇이 다른가.
A :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부정맥은 여러 병원에서 잘 치료한다. 우리 센터에는 재발했거나 부정맥의 원인 부위가 위험한 곳에 있어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환자가 많이 온다. 시술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첫 시술 후 1년간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은 비율은 발작성 환자에서 90% 이상, 지속성 환자에서 70% 이상이었다. 재시술 환자도 약 90%가 1년간, 약 80%가 5년간 재발 없이 정상 리듬을 유지했다. 세계 주요 부정맥센터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치료 성적이다. 3차원 지도를 정교하게 구현하고 복잡한 전기신호를 해석하는 능력,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시술팀의 경험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Q : 좋은 판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A : “기본은 교과서와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가이드라인이 모든 환자의 답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센터는 매주 최신 논문과 고난도 증례를 검토한다. 해외 의료진과도 새로운 치료 경험을 공유한다. 우리 환자에게서 얻은 치료 결과도 다시 분석한다. 가이드라인과 최신 연구, 팀의 토론, 자체 데이터가 함께 쌓여야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최신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며 판단을 갱신하는 의료진이다.”


Q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A : “실신을 반복해 여러 병원에 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공황장애로 치료받던 환자가 있었다. 발작성 부정맥은 증상이 사라진 뒤 병원에서 검사하면 심전도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당시에는 웨어러블 심전도의 의료적 활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환자의 심장 리듬을 장시간 확인했다. 그 결과 부정맥을 찾아내 시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가치는 기존 검사로 답을 찾지 못한 환자에게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주는 데 있다.”


Q : 지키고 싶은 치료 원칙이 있나.
A : “과거에는 17~18시간 동안 시술하고도 부정맥을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 경험이 ‘왜 치료하지 못했을까, 무엇을 더 발전시켜야 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동력이 됐다. 어려운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려면 의학적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환자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기록이나 성과에 앞서 환자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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