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암 사망 원인 1위는 폐암 희귀 변이 임상으로 치료 근거 넓혀 내달 WCLC 개최, 각국 성과 공유
안명주 교수는 “한국의 폐암 진료와 임상 연구 수준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진단에서 치료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빠르고, 유전자검사와 영상검사 등 정밀의료를 위한 기반도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폐암은 전 세계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2022년 한 해에만 폐암으로 180만 명이 숨졌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은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다음 달 12~15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6 세계폐암학회(WCLC 2026)는 폐암 연구의 최신 성과와 치료 전략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폐암 학술 대회다.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이번 학회의 조직위원장으로 성공적인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신약 임상시험을 주도하며 폐암 치료 성적 향상에 기여했다.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연구에서도 성과를 쌓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유럽종양학회 여성 종양학상도 받았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Q : 폐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뭔가.
A : “폐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설령 기침, 가래, 숨찬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흡연이나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 탓이라 오해하기 쉽다. 게다가 폐암은 간, 뇌, 뼈 등으로 전이가 비교적 잘 된다. 뇌나 연수막 전이가 생기면 약제가 뇌혈관 장벽을 충분히 통과해야 해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
Q : 암의 종류도 다양한데.
A : “폐암은 세포 크기와 형태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고 비소세포폐암 안에서도 EGFR·ALK·ROS1 등 유전자 이상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법이 달라진다. 같은 폐암이라도 환자마다 사실상 서로 다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Q : 보통 어떻게 치료하나.
A : “치료 방법은 병기, 유전자 이상,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초기에는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재발 위험에 따라 수술 전이나 후 항암화학요법·면역항암제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성 폐암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 다음 환자 특성에 따라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이어서 쓰는 전략을 고려한다. 전이성 폐암에는 정확한 조직, 분자검사가 우선이며 표적 가능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그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를 우선 사용하게 된다.”
Q : 폐암 치료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해왔나.
A : “대표적인 게 10여 년 전 희귀 EGFR 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다. EGFR 변이 폐암이라고 해도 모든 변이가 동일하지는 않다. 특히 희귀 EGFR 변이를 가진 환자는 그 숫자도 적고 변이 종류도 다양해 임상시험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았다. 이에 여러 국내 기관과 협력해 이들을 대상으로 오시머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을 전향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일부 희귀 변이에서도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고, 연구결과는 국제 진료지침에도 반영됐다. 소수의 환자라고 해서 치료 근거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Q : 임상시험 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A : “‘이 연구가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가’다. 현재 표준치료의 어떤 한계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기존 치료보다 환자가 더 오래 살거나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본다.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도 중요하다. 임상시험의 목적이 신약 개발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연구결과가 실제 진료에 적용될 수 있는지도 살핀다. 지나치게 선별된 환자나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치료라면 임상시험에 성공해도 현실의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치료 접근성, 입원의 필요성 등도 함께 고려한다.”
Q : 연구자로서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 “좋은 가설이 있어도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다. 특히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은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할 수 없다. 연구비 확보부터 제약회사와의 약제 공급 협의, 환자 등록과 안전성 관리 등 챙겨야 할 일이 많다. 희귀 유전자 변이를 대상으로 하면 환자를 모집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인 연구에서 예상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가능성을 기대했던 치료가 환자에게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을 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Q : 그럼에도 연구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뭔가.
A : “환자다. 진료실에서 표준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이 환자에게 다음 선택지를 만들어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됐다.”
Q : 이번 WCLC의 한국 개최가 갖는 의미는.
A : “한국의 폐암 연구가 축적한 역량과 위상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연구자들의 우수한 연구를 세계에 알리고, 아시아 환자의 특성과 연구결과를 세계 의학계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릴 기회이기도 하다.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직접 토론하고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며 국제적인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Q : 앞으로 남은 역할은 뭐라고 보나.
A : “그동안 쌓아온 임상 연구 경험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와 나누는 일이다. 젊은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독창적인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 도전할 수 있게 돕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가 세계 진료 지침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폐암 환자에게 돌아가길 바란다. 그게 내가 연구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