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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에 833억 뜯긴 기업은행…사기 당하고도 수개월간 몰랐다

중앙일보

2026.08.23 17:42 2026.08.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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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중국 현지 법인에서 외부 사기에 의한 833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파이낸스타워. 뉴시스

IBK기업은행이 중국 현지 법인에서 외부 사기에 의한 833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파이낸스타워. 뉴시스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800억원대 금융사고를 두고 허술한 내부통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확인했다고 밝힌 기업은행이 수개월간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데다, 현지 금융회사들이 문제 업체와 거래를 중단한 사실도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차주들에게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A사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기업은행은 대출금을 직접 집행하면서도 차주들이 갚은 원리금은 B사가 지정한 계좌를 거쳐 사후 정산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금융사고는 B사가 이 같은 상환 구조를 악용하면서 발생했다. B사는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해 차주들이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보내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자금을 송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환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전산 정보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차주들은 정상적으로 돈을 갚고도 미상환 또는 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을 받거나 신용도가 하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 역시 상환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사고를 인지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의원실 질의에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보고서에 기록된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6월29일까지다. 약 7개월 동안 문제가 이어졌지만 기업은행의 자체 점검 과정에서는 걸러지지 않은 셈이다.

현지 금융회사들이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지난 3∼4월 이미 B사를 협력 기관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이번 금융사고 규모가 833억76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사고를 인지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지 수사기관이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실제 사고 금액과 회수액, 예상 손실액 등을 정확히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이후에는 차주들이 B사를 거치지 않고 상환 금액을 직접 조회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직접 상환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사고 보고 이후 내부 보고와 사고 사례 전파, 사고 금액 변동 여부 확인 등에 나섰지만 기업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한 대면 확인이나 추가 자료 요구, 서면조사 또는 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피해 금액 보전 등 사고 수습이 끝난 뒤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서를 제출하면 사고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금감원의 뒷북 감독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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