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 임원 가운데 보유한 자기 회사 주식의 가치가 가장 큰 ‘주식 부자’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 겸 사장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투자 전략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보유주식 평가액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결과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6년 3월 결산 상장기업 임원의 보유주식 가치를 조사한 결과 손 회장이 10조2304억 엔(약 90조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 당시 4조4000억 엔 수준에서 약 2.3배 늘었다. 보유액이 1조 엔을 넘은 임원은 손 회장이 유일했다.
닛케이는 각 기업의 2026년 3월기 유가증권보고서 ‘임원 현황’에 기재된 보유주식 수에 이달 10일 기준 주가를 곱해 평가액을 산출했다고 한다. 다만, 8월 결산 기업인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라쿠텐그룹처럼 결산기가 3월이 아닌 기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손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가 급증한 데는 SBG의 AI 투자 전략 성공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BG가 대규모로 출자한 미국 오픈AI의 기업공개(IPO) 기대가 커진 데다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의 기업가치도 상승하면서 SBG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집계한 2026년 3월 기준 일본 상장기업 임원의 보유주식 가치.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라쿠텐그룹은 제외.
AI 훈풍은 다른 상위권 순위에도 뚜렷하게 반영됐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디스코의 세키야 가즈마(関家一馬) 사장은 1323억 엔(약 1조1526억원)으로 지난해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디스코는 반도체 조립 등 후공정에 사용되는 절단·연마 장비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서 실적과 주가가 함께 상승했다.
AI 관련 투자 수요는 건설·철강 분야로도 확산했다. 데이터센터용 철강재 판매가 늘어난 야마토공업의 이노우에 히로유키(井上浩行) 회장은 1017억 엔(약 8861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미국 지분법 적용 회사에서 발생한 투자이익도 야마토공업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AI 서버용 인쇄회로기판 수요가 증가한 메이코의 나야 유이치로(名屋佑一郎) 사장도 795억 엔(약 6908억원)으로 지난해 29위에서 10위로 급상승했다. 닛케이는 AI 관련 기업이 상장사 실적을 견인하면서 자동차 중심이던 일본 산업의 주력 수익원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2위는 폐기물 처리·재활용업체 다이에이환경의 가네코 후미오(金子文雄) 회장으로, 보유액은 2304억 엔(약 2조 21억원)이었다. 또, 보유주식 가치가 1000억 엔을 넘은 임원은 모두 8명이었다. 지난 6월 닛케이225지수가 7만 선을 돌파하는 등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지난해 2위였던 키엔스 창업자 다키자키 다케미쓰(滝崎武光)는 지난 6월 이사직에서 물러나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