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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8m 핵 비밀벙커 이미 있다”…8300억 트럼프 무도회장 흔들

중앙일보

2026.08.23 19:38 2026.08.2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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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지하 18m 이상에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비밀 벙커가 이미 존재한다는 전직 미 정부 당국자들의 증언이 집중 조명됐다. 최대 약 8300억원이 투입될 새 무도회장 공사를 밀어붙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쌓아온 ‘국가안보’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장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전용 헬기 ‘마린원’이 공사 중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엘립스를 이륙한 뒤 백악관 상공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전용 헬기 ‘마린원’이 공사 중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엘립스를 이륙한 뒤 백악관 상공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전직 미 정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백악관 지하 60피트(약 18m) 이상에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을 보호할 수 있는 벙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워싱턴 기반암 속에 건설돼 핵폭발을 견디도록 설계됐으며, 수십 명이 수주간 머물 수 있다고 한다. 수개월치 식량과 자체 공기순환 장치도 갖춰 비상시 대통령과 참모진의 지휘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위치와 구조는 안보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벙커 건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추진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비밀리에 완공됐다고 한다. 기존 백악관 동관 지하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진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가 있었다. 9·11 당시 비밀경호국은 딕 체니 부통령과 로라 부시 영부인 등을 이곳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더 강력한 공격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오바마 정부 때 새 벙커가 건설됐다고 WP는 전했다.

2001년 9월 11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에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2001년 9월 11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에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트럼프가 무도회장을 추진한 건 백악관에 대규모 국빈 만찬이나 행사를 치를 상설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대 6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9만 제곱피트(약 8400㎡) 규모로, 철거된 동관 자리에 들어선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도회장 건설 명분으로 국가안보 필요성까지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무도회장의 지하에는 기존 PEOC를 대체할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선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하 시설은 6개 층 규모로 연구시설·폭탄 대피소·보안통신시설 등을 갖췄다. 옥상에는 드론 기지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무도회장은 드론과 방공호 때문에 상당 부분 군사시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수도가 공격받더라도) 대통령과 고위 국가안보 참모들이 보호시설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새 지하시설이) 공격이나 세계적 위기 때 대통령의 지휘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전체 시설은) 대통령과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대규모 ‘안전실(safe room)’(공사 책임자인 조슈아 피셔 백악관 고위 당국자)”이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행정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도회장 건물은 콘크리트와 철강·유리 등 건축 자재까지 폭탄과 로켓·미사일, 핵폭발 등에 견딜 수 있도록 선정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새 무도회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새 무도회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기존 벙커 역시 핵폭발 등 대량살상무기 공격에 대비해 대통령의 지휘 기능을 유지하도록 만든 시설이란 전직 당국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새 시설을 반드시 완공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논리엔 의문이 제기됐다. 이날 WP의 관련 질의에 백악관은 “동관 현대화 사업은 대통령과 백악관 부지, 안보시설의 안전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며 드론 방어 시설과 ‘드론 포트’ 등 추가 안보시설이 필요하다고 기존 반박을 재확인했다.

무도회장 공사에는 공사비와 법적 문제도 남아 있다. 우선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말이 엇갈린다. 트럼프는 22일 트루스소셜에 “납세자 돈은 0달러”라며 “위대한 미국의 애국자들과 기업들이 전체 비용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시공사가 백악관에 제시한 총사업비는 6억 달러(약 8295억원)로, 절반 이상을 납세자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과거 동관이 있던 자리에 새 무도회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과거 동관이 있던 자리에 새 무도회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사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미 역사보존협회는 지난해 12월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백악관을 대규모로 개조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올해 3월 31일 지상 무도회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항소법원도 이달 7일 이를 유지했다. 다만 국가안보 목적의 지하 군사시설 공사는 허용했다.

대법원이 추가 명령을 내릴 때까지 공사는 계속된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지난 21일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신청을 검토하는 동안 지상 공사를 허용하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무도회장 건설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 현재 백악관이 법원에 밝힌 공정률은 약 65%로, 약 250명이 하루 20시간씩 주 7일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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