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요즘 가장 자주 접하는 주제 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기업이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소식부터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채용 방식의 변화,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 같은 윤리적 문제까지 거의 매일 새로운 관련 뉴스가 나온다. 기업들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활용과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같은 AI를 두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기회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 역시 일을 하면서 AI의 편리함을 매일 체감한다. 몇 년 전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모르는 것이 생기면 직접 답을 찾아야 했다. 과제를 하다가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나오면 여러 키워드로 검색하고 관련 자료와 기사들을 하나씩 읽었다. 필요한 정보 하나를 찾기 위해 긴 보고서를 훑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AI가 보편화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어느새 AI는 자연스러운 업무 도구가 됐다. 처음 접하는 경제 용어나 제도를 이해하거나 긴 보고서의 내용을 빠르게 파악해야 할 때 AI를 활용한다. 특히 정해진 시간 안에 낯선 주제를 이해하고 많은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 기자에게 AI의 속도는 큰 장점이다.
그런데 AI를 사용하면 할수록 한편으로는 의문도 생긴다. 과거에 수없이 검색하고, 엉뚱한 자료를 열었다가 다시 돌아가고, 여러 정보를 비교했던 시간은 정말 비효율에 불과했을까.
당시에는 번거로웠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믿어야 하는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서로 다른 정보를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AI는 이제 이런 과정을 몇 초 만에 건너뛰게 해준다.
기술을 이용해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생략해버리는 과정 중에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경험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AI 시대의 역설이 생긴다. 기업은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고 사람에게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 창의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직접 자료를 찾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역량을 키울 기회는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AI를 둘러싼 논란은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서는 저작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AI를 이용한 자동화를 인력 감축이나 신규 채용 축소와 연결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그렇다고 AI 사용을 중단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에도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신입사원이 한 시간 걸려 하던 일을 AI가 5분 만에 끝낸다면 나머지 55분은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신입사원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숙련자를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AI가 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을 건너뛴다면 당장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계단을 밟으며 성장할 다음 사람은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라는 질문 외에 이제는 또 다른 질문도 필요하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동안, 사람에게는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