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매뉴얼이 때론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한다. 무언가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의문이 생길 때 매뉴얼을 보면 새로운 안목을 얻을 수 있어 요긴하다. 삶의 중대사에 대한 대처도 그러하다. 최근 몇 차례 고별예배에 참석하면서 영적 매뉴얼을 미리 준비한다면 가족과 참석자들에게도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병원에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 사전지시서(Healthcare Advance Directives)’라는 것이 있다. 이 임상 매뉴얼은 질병 치료에 대한 사전 숙고의 기회를 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치료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외롭고 힘든 임상적 상황에 자문자답하는 기회뿐 아니라, 훗날 임종 돌봄 시간의 의미를 미리 알아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크고 작은 의학적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환자가 자신의 선택 사항을 미리 생각하는 데 유용한 양식이다.
환자의 의학적 결정이란 스스로가 치료 방향을 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무엇에 우선 가치를 느끼는지 미리 생각해 의료진의 선택 제시가 있을 때 자신의 가치관 등에 따라 선택할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다. 또 공통으로 중요한 선택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즉, 환자의 연령과 병력, 치료과정과 회복의 정의, 문화와 전통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회복의 정의’는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의학적 치료 방향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 한 예로, 장기의 기능 회복을 위해 호흡기에 의지해 기다리는 기간의 선택, 또 신체 기능의 부분적 상실이 불가피할 때 환자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회복의 정의가 유용하다.
이 모든 과정은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담당 의료진은 종종 의학적, 윤리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전지시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병원의 양식 가운데, ‘영적 사전지시서(Spiritual Care Advance Directive)’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양식은 투병과 회복을 위한 사전지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도 예식과 형식, 시간과 참석자, 또는 자신의 병실에 신앙적 성화 혹은 성구를 둘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영적 돌봄에 대한 것이다. 또한 이 양식은 가족과 친지들을 향한 마음을 기록하는 기회도 준다. 그리고 오랫동안 오해가 되었던 부분, 그리고 깊은 사랑의 빚을 표현할 수도 있다.
먼 훗날에 있을 고별예배와 형식도 사전지시를 할 수 있다. 이 양식의 특징은 모든 영적 사전지시가 긍정적이며 영적 대화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성서에도 영적 사전지시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있다. “요셉이 그 형제에게 이르되 나는 죽으나 하나님이 너희를 권고하시고 너희를 이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그가 맹세하신 땅에 이르게 하시리라.”
한인 가정들도 영적 사전지시서 매뉴얼을 준비해 새로운 영적 안목과 감동적인 회복의 시간을 경험하는 축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