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뉴스 분석] 공적 부조 심사, 영주권 막으려는 의도

Los Angeles

2026.08.23 20:00 2026.08.22 23:4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9월 18일부터 영주권 신청자의 공공복지 이용 여부 등을 폭넓게 따지는 ‘공적부조(public charge)’ 심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영주권 신청자의 소득과 자산뿐 아니라 나이와 건강, 가족관계, 교육 수준·직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며 이민심사관의  재량권을 강화한 것이다.  
 
‘공적 부조’에는  푸드스탬프라고 불리는 저소득층 식품지원(SNAP), 메디케이드,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CHIP), 무료 학생 점심 프로그램 등의 복지혜택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들 복지혜택 가운데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법체류자들이 미국 시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한다”는 일부 정치인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시민권자 자녀나 가족을 둔 이민자다. 한인들도 부모는 비시민권자지만, 시민권자인 자녀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례를 ‘혼합 신분 가정(mixed status family)’이라 부른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경우 시민권자 자녀와 가족을 위해 복지혜택을 신청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한인 이민 선배들 가운데도 “가난한 유학생 시절, 미국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나라에서 주는 분유를 먹였다”“가정 형편이 어려워, 시민권자 아이들에게 나오는 푸드스탬프로 밥상을 차렸다”는 분들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적 부조’ 규정이 시행되면, 이런 고생담은 사라질 것이다. 조앤 알커 조지타운대 아동가족센터 디렉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메디케이드와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 가입 아동은 전국적으로 230만명 감소했다. 기리다르 말리야 로버트우드존슨재단 선임정책관은 “최근 9개월 사이 전국에서 SNAP 신청자가 450만명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가 약 150만명”이라고 밝혔다. 알커 디렉터는 “시민권자인 자녀가 메디케이드나 식품 지원을 받는 것은 부모가 직접 받은 혜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부모의 영주권 심사를 걱정해 자녀의 혜택을 중단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적 부조’ 심사는 당연히 한인 영주권 신청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내에서 영주권자로 신분을 변경하는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 즉 I-485 신청자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권자의 가족 초청 영주권 신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H-1B 취업비자 소지자는 H-1B 비자 자체보다는 이후 취업 또는 가족초청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공적부조 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 서비스 업체인 바운드리스 이미그레이션의 샤오 왕 최고경영자는 “공적부조 규정은 과거보다 명확한 기준이 줄어들고, 심사관의 판단 영역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비슷한 상황에서도 담당 이민심사관이나 이민국 사무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신청서 준비와 심사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영양과 치료는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적 부조’ 규정은 아이들의 음식값과 의료 비용을 줄이고, 부모들의 영주권 취득까지 최대한 어렵게 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치다.  
 
한인 이민 선배들 가운데는 어렵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분들이 많다. 이민 후배들의 고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한인이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해야  한인 사회가 더욱 성장하고  풍요로워진다. 한인 시민권자들은 본인이 가진 유권자의 힘으로 한인 사회의 요구를 정책 결정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종원 변호사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